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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방 운영·몰카·상급자 폭행…나사 풀린 청주시 공무원들

청주시 공무원들의 비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조직폭력배들이나 저지를 법한 저급한 범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내부에서조차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범죄 유형도 대민 봉사를 목적으로 한 공무원 사회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유흥업소 도우미 제공에 몰카 촬영, 상급자 폭행, 금품 수수 등 손으로 일일이 꼽기 힘들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웃 주민과 주차 문제로 승강이를 벌이다가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출장계를 내고 외지에서 술판을 벌였다가 징계에 회부되는 것은 어린아이 장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청주시에서는 "시청 자체가 범죄백화점으로 비치는 것 같아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주시는 작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한 청렴도 평가에서 시 단위 자치단체 75곳 중 68위를 기록,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금품 수수 등 무려 12건에 달하는 공무원 부패 사건으로 감점을 숱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청주시는 금품·향응 수수나 공금 횡령, 음주 운전, 성 관련 범죄행위로 적발된 공무원은 경중에 관계없이 일벌백계하겠다고 선언했다.

청렴교육 강화는 물론 상시 감찰이라는 칼까지 빼 들었다. 그러나 '소귀에 경 읽기'였다.

20대 시청 공무원이 유흥업소에 도우미를 공급하는 속칭 '보도방' 운영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사실이 1일 드러났다.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피의자'이다.

비위가 터질 때마다 "공직 기강이 무너지다 못해 무법천지가 된 것 같다"고 개탄하던 시청 공무원들은 이번에는 입을 닫았다. 매번 내놓던 푸념을 되풀이하기에도 부끄럽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7일에는 청주 흥덕구의 상가 건물에서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30대 공무원이 불구속 입건됐다.

피해 여성의 비명에 놀라 달아났지만 상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경찰에 1주일 만에 붙잡혔다.

임용된 지 불과 3개월이 채 안 된 이 공무원은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처벌과는 별도로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불과 석달 전 부하 직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간부 공무원이 목숨을 끊은 일도 있다.

이 부하 직원은 지난 6월 7일 시청 사무실에서 집기를 내던지며 간부 공무원을 폭행하는 등 이때까지 3차례에 걸쳐 주먹을 휘두른 혐의로 법정에 섰다.

평소 동료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고 하지만 이 간부 공무원은 '가족을 잘 부탁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직장 동료에게 보내고 대청호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 부하 직원은 그 직후 파면됐고 죗값을 치러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4월에는 건축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40대 공무원이 구속됐다. 관급 공사를 몰아주고 총 1천500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가 들통난 것이다.

이 공무원 역시 파면됐고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근무시간에 관내 출장 처리를 하고 전북 전주까지 가 승진 교육 중인 동료 공무원과 술자리를 한 일이 드러나면서 징계를 앞둔 간부 공무원들도 있다.

이들은 하계 휴가철을 앞두고 암행 감찰반 운영에 나선 청주시를 비웃기라도 하듯 감찰 시작 당일 출장계를 냈고 근무지까지 이탈해 술판을 벌였다가 징계 대상에 올랐다.

청주시는 공무원들의 성실 의무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자 공직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재차 선언했지만 '보도방' 운영에 관여한 공무원까지 적발되자 말을 잃은 표정이다.

시청의 한 공무원은 "반복되는 청렴 교육에도 내부 자정능력이 상실된 것 같아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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