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인 A씨는 지난해 5월 전북의 한 사무실에서 황당무계한 소문을 듣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동료들 사이에서 자신이 "아들의 아빠를 밝히려고 유전자 검사를 했다"는 헛소문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범인은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이었다. 동료들이 '뒷담화'를 하면서 소문은 사실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칼이 되어 돌아왔다.
A씨는 직장동료들을 고소했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 정윤현 판사는 최근 직장동료에 대한 헛소문을 낸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B(45·여)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C(45)씨에게도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들이 단순히 소문의 존재를 전달한 게 아니라 사실로 단정해 전파했고 이 말이 허위인지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미필적으로나 인식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2월에는 직장 상사에게 자신의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여직원에게 시너를 뿌리고 불붙여 살해한 혐의로 이모(63)씨가 징역 2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런 사례는 극단적이지만 직장 내 '뒷담화'로 인한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모 취업포털이 직장인 2천356명을 상대로 직장 상사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40.8%(복수응답)가 '동료와 술을 마시며 뒷담화를 한다'고 꼽았다. 직장인 41%는 사내에서 뒷담화가 갈수록 늘어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만큼 직장 내에서 뒷담화가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직장인 김모(41)씨는 동료들끼리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채팅방에 절대 글을 올리지 않는다. 과거에 무심코 올린 짧은 글 때문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달 초 상사가 포함된 단톡방에 "상사가 연차 휴가를 승인하는데 고까운 표정을 지었다"고 험담했다가 상사의 눈 밖에 났다.
이후 상사는 "뒷담화를 당할까 봐 일을 못 시키겠다"면서 비아냥대는 바람에 김씨는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씨는 "별생각 없이 투정식으로 올린 글이 이런 결과를 불러올지 몰랐다"며 "뒷담화의 후폭풍을 제대로 겪었다"고 진저리를 쳤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뒷담화가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일본의 심리학자 시부야 쇼조는 "험담이나 소문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칭찬받고 싶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동료·상사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걸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상대를 견제하고 뒷담화를 늘어놓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철학자 존 듀이도 인간의 근원적 욕망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고 말했다.
인정에 목마른 이들이 뒷담화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이해받고 있다. 카카오톡 등 SNS는 뒷담화의 욕망이 발현되는 수단으로 변질하기도 한다.
뒷담화는 직장 내 또 다른 의사소통 방식으로 순기능적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한발 더 나아가 '가짜 사내 뉴스'로 확대 재생산되면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 사는 곳에 소문 있듯이 뒷담화는 끊이지 않겠지만 A씨 사례처럼 동료들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혐의로 처벌받는다"고 뒷담화의 경계선을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