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돈을 달라고 떼를 쓰면서 욕을 하는데 무서워요. 제발 제 아들 좀 막아 주세요"
60대 여성인 A씨는 직장 없이 생활하는 둘째 아들을 피해 다니다 못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스스로 도움을 요청했다.
얼굴이 마주칠 때마다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으면서 용돈을 달라고 협박하는 둘째 아들에게서 두려움마저 느껴졌다고 한다.
|
(사진=연합뉴스) |
조사 결과 '정서적 학대'로 판정 났다. 둘째 아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의학적 진료 결과도 나왔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둘째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면서 A씨는 비로소 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처럼 아들이나 배우자로부터 괄시나 학대를 받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3일 충북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올해 1∼8월 접수된 도내 노인 학대 신고 건수가 469건에 달한다.
작년 한 해 접수된 589건의 80%나 되는데, 연말까지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작년 신고 건수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2010년 7천503건에 불과했던 학대 신고 건수가 지난해 1만2천9건으로 60.1%(4천506건) 껑충 뛰는 등 노인 학대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학대 유형을 구분해 보면 정서적 학대가 42.9%(201건)로 가장 많다. 욕을 하거나 위협하는 등 노인에게 정서적으로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이다.
다음은 물리적 힘이나 도구를 이용해 노인에게 고통을 주는 신체적 학대가 40.9%(184건)에 달했다.
두 유형의 학대가 전체 신고 건수의 82%에 달했다.
생활비나 병원비를 대주지 않는 등 자녀가 부양 의무를 포기한 채 노인을 방치하는 방임이 10.9%(51건), 노인의 뜻에 어긋나게 자녀가 재산이나 권리를 빼앗는 경제적 학대는 3.2%(15건)나 된다.
문제는 가해자가 피해 노인과 가까이 있다는 점인데, 학대 행위자 유형을 보면 아들과 배우자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469건의 학대 신고 건수 중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현장 조사를 거쳐 121건이 학대로 판정났는데 가해자의 70% 이상이 아들과 배우자였다.
아들의 비율이 무려 41.3%(50건)에 달했고 배우자도 31.4%(38건)로 집계됐다. 그 외에 며느리나 딸의 학대 정황이 드러난 경우도 있다.
노인 학대는 대부분 주거지에서 발생한다. 학대로 판정된 121건 중 92.6%(112건)가 노인들이 거주하는 집에서 발생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매년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국민적 관심은 여전히 낮다"며 "가정사라는 이유로 숨기지 말고 주변 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