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0으로 비기며 60년 만에 월드컵 축구 본선행 티켓을 놓친 이탈리아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언론들은 '종말', '파멸', '국가적 수치' 등의 극단적인 단어를 동원해 충격과 실망을 표현했고, 이탈리아 축구협회 수장과 대표팀 감독은 전방위적인 사퇴 압력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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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의 월드컵 본선 무대 좌절에 충격을 표현한 이탈리아 신문들 (사진=AP-연합뉴스) |
이탈리아 스포츠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14일자 신문 1면에 눈물 흘리는 대표팀 수문장이자 백전노장 잔 루이지 부폰의 사진을 배경으로 종말을 의미하는 '피네'(FINE)라는 단어를 대문짝만하게 실어 세상이 무너진 듯 느끼는 이탈리아인들의 심경을 대변했다.
일간 라 스탐파는 '파멸의 아주리 군단', 일 메사제로는 '국가적 수치',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는 '모두가 아웃'이라는 글귀로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래 60년 만에 본선에 나가지 못하게 된 믿기지 않는 현실을 개탄했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의 안드레아 몬티 기자는 1면 사설에 "월드컵 본선 좌절은 이탈리아 스포츠 역사상 가장 암울한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축구와 함께 살고, 숨 쉬는 이탈리아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뛰어넘는 잔인한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잔 피에로 벤투라 대표팀 감독에게는 10점 만점 중 3점에 불과한 평점을 주며 "그는 역대 대표팀 감독 중 최악의 감독 중 하나로 평가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비난은 벤투라 감독을 넘어 카를로 타베키오 이탈리아축구협회(FIGC) 회장에게도 번지고 있다.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의 지오반니 말라고 위원장은 "책임을 지는 것이 수장의 자세"라며 "내가 타베키오 회장이라면 물러날 것"이라고 말하며 그의 사퇴를 압박했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도 "이번 실패에 대해 벤투라 감독과 타베키오 회장이 최우선적으로, 그리고 가장 크게 반성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탈리아 축구를 전례 없는 상처로부터 재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란코 카라로 전 이탈리아 축구협회장은 이번 본선 진출 실패로 이탈리아가 입을 것으로 추정되는 손실이 5억∼6억 유로(6천557억∼7천868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는 "간접적인 영향까지 더한다면 손실액은 10억 유로(약 1조3천100억원)는 족히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작년 유로 2016을 앞두고 이탈리아에서는 TV판매가 4% 증가하는 등 축구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 바 있으나,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는 이런 특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탈리아 방송사들의 TV중계권, 대표팀 유니폼 계약 액수 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