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방문 중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0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논의가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자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3박 4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홍 대표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수처 문제는 국가 사정기관 전체 체계에 관한 문제다. 정치 거래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충견도 모자라서 맹견까지 풀려고 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홍 대표가 언급한 '충견'은 한국당이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적폐청산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을, '맹견'은 옥상옥 기구라고 비판해 온 공수처를 각각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홍 대표가 밤늦게, 그것도 외국 방문 도중 이 같은 글을 올린 것은 한국당이 공수처에 대해 '절대 불가'에서 '찬성'으로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일축하면서 관련 논의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권이 앞서 이날 당정청 회동을 통해 '공수처 설치는 촛불 혁명의 요구'라며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공교롭게 한국당도 검찰 개혁 필요성을 공개 제기해 공수처 설치를 검토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제 국회와 국민이 나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 있는 기관이자 가장 허약한 기관인 검찰을 개혁해야 할 시점"이라며 "검찰 스스로가 국민의 검찰로 태어나지 못한다면 검찰에 과감한 메스를 대야 한다. 그 처방은 검찰의 인사권 독립과 검찰을 수사하는 기관의 설립"이라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한국당 의원들도 이날 공수처와 같은 검찰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일각에선 더 나아가 '야당이 복수로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공수처장 선출 조건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