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간호사'는 여성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남자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에는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소홀한 게 사실이다.
최근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체육대회에서 여자 간호사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게 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여자 간호사 처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남자 간호사는 여전히 관심 밖이다.
이달 초 서울시간호사회에서 개최된 제4회 대한남자간호사회 정기총회에서 '제2대 회장'으로 선출된 손인석 회장은 이런 문제점 개선을 위해 남자 간호사의 입지를 강화하고, 대외적인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이미지 개선에 나서겠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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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간호사 배출 50여년만에 만들어지는 남자간호사회 창립총회가 20일 오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임상제1강의실에서 열려 참석한 남자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이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손 회장은 미국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MBA) 과정을 마친 인재로, 40세가 된 지난 2003년 국내 간호대학에 입학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손 회장은 "미국에서 10년 가까이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의사를 따기엔 너무 늦었고, 미국에서는 남자 간호사가 흔하므로 한국에서도 자격만 있다면 헌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돌볼 수 있을 것 같아 간호대학에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 회장이 지난 2006년 간호대학 졸업 후 막상 국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자 간호사들의 처우를 들여다보니 개선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손 회장은 "남자 간호사를 위한 편의시설(탈의실·휴게실 등)이 있는 의료기관은 거의 없었고, 국내 의료계의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에 '환자 돌봄'이라는 간호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손 회장은 현재 의료법인 손재림의료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재단은 손 회장의 아버지인 손재림 영천손한방병원 원장이 설립했다.
또 부인은 한의사, 둘째 여동생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셋째 남동생은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어 말 그대로 '의료인 가족'이다.
손 회장은 "의사·한의사·치과의사·조산사와 더불어 엄연히 의료인의 한 직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간호사 중 남자 간호사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봉사 등 대외적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손 회장은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로 널리 알려진 '국경 없는 의사회'와 '그린닥터스'를 예로 들었다.
손 회장은 "의사들의 국제단체처럼 임상에서 다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 있는 남자 간호사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 수 있는 '국경 없는 간호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는 은퇴 후 국내외에서 헌신적인 봉사 활동을 하면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희망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남자 간호사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남자 간호사가 자부심을 품고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의료계와 정부의 많은 관심과 지원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가업 및 의료재단을 인수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간호직에 도전하게 된 것 아니냐는 일부 시선에 대해 손 회장은 손사래를 쳤다.
손 회장은 "손재림의료재단은 한방의료재단이기 때문에 간호사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며 "간호대학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함일 뿐 가업 인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