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운영해 온 ‘인터내셔널 택시(International Taxi)’가 만 10년을 못 넘기고 민간에 넘어갈 지경에 처했다. 인터내셔널 택시는 관광객유치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9년 도입됐다.
관련 영어기사 보기 시 도시교통본부는 지난 11일 ‘서울특별시 외국인관광택시 운영사업자 모집공고’를 내고 시를 대신할 신규 운영업체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김숙자 택시물류과 팀장은 “업계 요구에 따라 민간자본이 투입될 수 있도록 (인터내셔널 택시는 이제) 비예산사업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민영화 준비작업이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뒷말이 무성했다.
민간 택시업계의 반발로 시 주관 국제행사나 관광마케팅 연계가 미뤄지는 등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또 지난해에는 ‘관광객 못태우는 관광택시’ ‘세금 도둑’ 등으로 불리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
서울 인터내셔널 택시의 모습. 사진=대한상운 |
시가 추진하는 이번 민영화에 대해 업계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외려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인터내셔널 택시는 7개 법인택시회사와 개인택시 차량 등 총 379대.
이 사업에는 그간 연평균 5억2000만원가량의 시정예산이 투입됐고, 운영업체들의 직원 인건비, 시설 유지비, 항공데스크 운영비 등에 쓰였다. 이같은 지원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당장 신규 운영업체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영화 된 다음이 더 큰 문제”라며 “민간투자 유치 방안 없이 사업을 이어받을 회사가 나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관광마케팅 연계 방안 등 장기적인 관광택시 운용 방안에 대한 논의도 없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예산지원을 중단한 시의 결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2년부터 인터내셔널 택시를 운전해 왔다는 한 택시업체 소속 정숭연 기사는 “서울시가 관광증진 차원에서 관광택시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주고 기사들 외국어 능력의 활용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데, 당장 수익이 적다고 발을 빼버린 것 아니냐”며 “의료관광이 뜨고 중국인 관광객도 늘어나는 좋은 상황에서 개인 운송업체들이 성형외과, 대사관, 외국 기업 등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운영업체 대한상운의 김대환 운영총괄 센터장은 “민영화될 경우 운영사 입장에서는 수익구조를 따져야 하는데 수익이 잘 날 수 없는 구조”라며 “거기에 택시기사들의 커미션만으로 인건비, 데스크 운영비 등을 충당해야 하는데 절대로 운영이 안된다. 인천국제공항 제2청사도 새로 문을 열 예정이라 데스크 추가 설치, 홍보 등 오히려 지출경비가 불어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또 “초기 자생을 위해서는 투자 유치가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논의 없이 예산만 전면적으로 막아버려 안타깝다. 서울시가 한시적이나마 적극적으로 자생에 힘을 보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예산지원 중단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서울시 관광산업을 위해 외국인 관광택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센터장은 “인터내셔널 택시 이용객의 99%가 외국인 손님인데 이들 중 서비스에 만족한 사람들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해당 기사를 다시 이용한다”며 “언론에서 대당 하루 평균 0.7명의 손님만 태운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 재이용 수치가 전혀 반영 안 된 잘못된 정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사들도 ‘택시의 우두머리는 인터내셔널 택시’라는 자부심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언어(외국어) 구사능력에 따라 기사들은 A, B, C등급으로 분류되고 이후 각 서비스에 맞게 배치된다. 방문객들한테 기본적인 언어 서비스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관광 정보를 공유하고 일정에 대해 손님들의 질문에 더 좋은 제안을 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 관광택시가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며 “앞으로 외국 여행사, 의료관광 연계를 통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는 여력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운은 현재 새 운영사업자 모집공고에 지원 여부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이다. 시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김 센터장은 그럼에도 “업계가 인터내셔널 택시의 명목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언론에 수익성 측면에서 비관적인 내용만 부각됐는데 잘못된 부분은 반성하고 그걸 뛰어넘어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제언을 내놨다.
코리아헤럴드 박세환 기자 (
s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