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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헬로 한글] 세계 각지 한국어 선생님들의 고군분투기

오랜 시간 한국인들만의 언어였던 한국어. 지금은 한류 열풍을 타고 전 세계 외국어 학습자들 사이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언어의 대열에 오르게 되었다.

이러한 한국어의 급부상 뒤에는 세계 각지에서, 여러 고충에도 불구하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있다.

한국어 교원의 보수는 국가나 소속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코리아헤럴드가 만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급여 때문에라면 이 일을 계속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들은 학생들의 열정과 성실함이 현장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고, 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세계 각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고군분투기를 들어 보자.

중국

“중국 사람들은 미중 관계가 나쁘다고 영어 공부를 그만 두진 않아요. 하지만 한국어는 다르죠.”

2014년부터 북경과 상해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이수진 씨는 2016년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 관계 최악으로 치닫을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 배우기를 중단 했던 것.

남아 있던 학생들 마저도 ‘선생님은 좋지만 한국은 싫어요’라는 말을 했다며, 한 동료 교사가 직접 들었다는 말을 전했다. "아마 제 학생들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교사는 "문화의 힘은 정치보다 강하다"며 한중 관계 부침에도 중국인들은 여전히 한국 문화 사랑하기에 한국어 학습 수요는 쉽게 사그라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가르친 학생 중에는 국제학교의 한국인 학생들, 학부모들과 한국 대학 관계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어를 배운 캐나다인, 미국인 선생님들도 있었고, 당시 15세였던 중국 아이돌 그룹 멤버도 있었다고 한다. 또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 그리고 한국 드라마와 한국어 공부를 통해 우울증에서 벗어난 50대 CEO도 있었다.

이 교사는 또한 온라인 세종어학당을 통해 러시아와 스페인, 베트남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세계 곳곳의 학생들이 한국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위해 만나 함께 공부도 하고 삶을 나눈다는 것에 가끔 가슴이 벅차오른다 ”며 “제가 이래서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팔

한국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학교나 기관으로 파견되는 한국어 교사들도 있다. 파견 국가는 세르비아, 요르단,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태국 등으로 현지에서 한국 정부로 공식적으로 교원 파견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초등학교 교사로 20년을 근무한 현우택씨는 국립국제교육원이 운영하는 파견 프로그램을 통해2016년 네팔에 갔다.

현우택 교사가 네팔 카트만두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현우택 교사 제공)
현우택 교사가 네팔 카트만두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현우택 교사 제공)

그는 처음 네팔에 도착했을 때 열악한 교육환경에 한숨이 나왔다고 한다. 그가 수업을 하는 곳은 네팔에서 유일하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국립 대학이었지만, 열악한 인프라와 미비한 학사 행정으로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는 “하지만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높은 네팔 사람들을 보며 한국어를 가르쳐줄 수 있어 기쁘고 즐겁다”고 한다.

네팔 일자리가 많지 않고 임금이 낮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약 70 퍼센트는 해외로 나가 일한다.

많은 이들이 영어권 국가로 일하러 가고, 교육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독일 등에 가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생활해 본 이들은 친절한 한국 사람들, 상대적으로 배우기 쉬운 한국어, 맛있는 음식과 청결함 등을 장점으로 꼽으며 다른 이들에게 한국을 추천한다고 한다.

대부분 한국에서 고용 허가를 받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하지만, 일부는 한국에서 특정 분야의 기술이나 지식을 얻기 위해 공부하는 이들도 있다.

현 교사는 “네팔에서 사용되는 한국어 교재는 제본 상태가 불량하고, 흑백 인쇄에 종이 질도 나쁘기에 보다 좋은 품질의 교과서가 공급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네팔의 중고등학교들이 한국어를 외국어 과목으로 도입하고자 하고 있으나 그러기 위해선 교재도 개발해야 하고 교원도 양성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2006년부터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정현희 교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한국어를 학습하는 이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고, 학습자의 연령대는 지난 20여년 동안 점점 낮아졌다고 한다.

처음 가르치기 시작한 당시는 일본 NHK나 민영 방송에서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나 정보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던 시기로, 학습자는 주로 ‘좋아하는 드라마 등을 자막에 의존하지 않고 보고 싶어서’ 혹은 ‘좋아하는 배우의 팬 미팅이나 사인회 등에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중년 여성이 많았다.

이후 케이팝 열풍이 불면서 학습자가 증가하고 한국어를 학습하는 여성 학습자들의 연령층도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정 교사가 가르쳤던 중년 남성 학습자 중에는 한국 역사나 시대극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았고, “한국 대중 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한국어 학습 및 한국 음식, 요리, 여행 등으로 이어지며 간접 경험에서 직접 경험의 형태를 즐기려는 학습자들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2010년부터는 일본 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정 교사는 새로 개교한 한 고등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맡게 되었는데 첫 해 수강생은 단 4명에 불과했으나 그 다음 해에는 40여 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고 그 이듬해에는 60명 이상이 한국어를 선택했다.

2012년부터는 한국문화원에서 중고생 대상 강좌를 맡기 시작했는데, 중학생 학습자의 수가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남학생들은 한국의 게임이나 웹툰에, 여학생들은 K-뷰티, 특히 패션이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다고 한다.

정 교사는 “일본은 고등학교 과정에 국가 차원 제2외국어 교육이 없어서, 한국어 교사는 불안정한 지위와 검인정 교과서의 부재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민간에서의 노력뿐만 아니라 한일 정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학교 대 학교의 교류 및 청소년 교류의 확대도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해외에 파견된 한국어 교원 중에는 비자 등의 행정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더러 있다.

국립국제교육원 프로그램을 통해 2016년부터 베트남 호치민에서 중고생을 가르친 홍세화 교사는 처음 2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비자가 제 때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정해진 파견 날짜에 맞춰 한국을 떠날 준비를 마쳤는데, 비자가 나오지 않아 몇 달을 아무런 대책 없이 기다리거나 관광비자로 먼저 출국했다가 제3국을 거쳐 다시 상용 비자를 획득해야 했다”고 한다.

언제 갑자기 비자가 나와서 출국할지 모르니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어, 그냥 대기하다 보면 계약 기간은 줄어들고, 최악의 경우 대기만 계속 하다가 파견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립국제교육원 외에 교원을 파견하는 다른 기관들도 같은 비자 문제를 겪고 있다고 들었다며 “해외로 출국하는 만큼 신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비자 처리가 제대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홍 교사는 베트남 교육부의 한국어교육 시범 사업으로 파견되어 베트남 중고등학생(6-12학년)을 가르쳤다. 학생들은 부모의 권유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어반을 신청한 경우가 많았지만, 그냥 한국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어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 외 국가들

박은혜 교사와 파라과이 학생들 (박은혜 교사 제공)
박은혜 교사와 파라과이 학생들 (박은혜 교사 제공)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의 지역 센터에서 일 년 동안 한국어를 가르친 박은혜 교사는 6명 정도의 학생들이 꾸준히 수업에 나왔다고 한다.

2019년 필리핀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쳤던 그는 “필리핀에선 죽기 살기로 한국어를 공부하던 학생들이 많았던 반면 파라과이의 학생들은 주로 취미로 수업에 왔다”며 “파라과이에서는 몇 달 못 가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4년 동안 싱가포르에서 주로 대학생과 직장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조정연 교사 역시 학생들 대부분이 케이팝과 드라마 덕분에 한국어 학습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대부분 일년 반에서 2년 정도는 꾸준히 출석을 하는데, 일부는 중급 과정에 들어가기 직전이나 직후 포기한다”며 “취미로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나 직장에서 바빠지면 한국어 학습에 집중하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 중에는 한국의 의료기관에서 연수를 받기 위해 준비하는 싱가포르 의사도 있었고, 한국이 너무 좋아 한국으로 이민을 준비한다는 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By Lee Sun-young (mila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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