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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김상조, 미래에셋의 ‘은밀한 곳’ 파헤칠까
금융지주 전환 피하며
박현주 회장 가족회사
사모펀드 관련 일감 독점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김상조 교수의 경우 기존 대기업 총수들에게는 ‘싸우다가 정이 들’ 정로도 익숙한 인물이다. 김 내정자 등의 활동으로 ‘비상장 주식 활용’, ‘일감 몰아주기’, ‘자사주 마법’ 같은 한때를 풍미했던 대기업들의 경영권 승계 수단들도 이제는 다 들통이 난 상태다.

그런데 김 내정자에게 아직 미지의 영역이 남았다. 미래에셋그룹이다. 여느 대기업집단과는 다른 독특한 구조다.


사실상 지주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지주회사 전환을 애써 피하고 있다. 자회사 지분가치가 총자산의 절반을 넘지 않게 연말이면 인위적으로 빚을 늘리고, 자회사 지분합계를 자기자본의 150% 이내로 관리하기 위해 유상증자도 했다. 불법은 아니지만 교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배경에는 사모펀드를 중간에 끼우는 특유의 일감몰아주기 수법이 있다. 사모펀드는 운용주체가 경영권을 행사하지만, 일반 주식회사와 달리 경영현황이 공개되지 않는다. 주주구성도 사실상 ‘깜깜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과 부인, 자녀 등 가족이 최대주주인 개인회사다.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요주주인만큼 사실상 그룹의 최정점에 위치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직접 부동산관리를, 자회사를 통해서는 펀드관리, 광고, 리조트개발업 등을 영위한다. 주수익원은 모두 미래에셋금융그룹이 관련된 사업이다.

미래에셋은 미래에셋생명보험 등의 계약자돈을 받아 맵스리얼티1 등 부동산 펀드에 투자한다. 이렇게 투자된 국내외 호텔과 골프장 등 부동산 관리를 미래에셋컨설팅이 맡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룹의 거의 모든 펀드를 운용하는 주체다. 펀드관 관련된 서비스는 미래에셋컨설팅의 자회사인 미래에셋펀드 서비스 몫이다. 또다른 자회사인 브랜드무브는 광고를 담당한다.

YK디벨롭먼트라는 회사도 미래에셋컨설팅이 최대주주다. 여수경도해양관광단지 개발을 담당하는 회사다. 역시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운용하는 자금이 이 프로젝트에 상당부분 투입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기존 일감몰아주기가 계열사 일감을 총수일가에 주는 형태라면, 미래에셋은 운용하는 펀드에서 파생되는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이다. 비록 대부분 비상장인 펀드들이지만 미래에셋의 자기자본이 아닌 고객의 돈이 다수 포함돼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이 이처럼 그룹에서 파생되는 부가가치를 서슴없이 가져갈 수 있는 배경이 바로 지주사 회피의 이유다. 비금융사이기 때문에 금융감독 대상이 아니다.

김 내정자가 지명 이후 첫 일성으로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시행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삼성이 주요 목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55%를 적격자본에서 제외시키면 삼성그룹의 금산분리릉 이뤄낼 수 있어서다. 하지만 미래에셋컨설팅이 금융계열사나 사모펀드가 투자한 자산에서 수익을 얻는 사업구조도 강력히 규제할 수 있다.

한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대표적인, 그리고 가장 성공한 호남기업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이용섭 전 의원 등 새 정부 주요 인사들이 모두 호남 정치인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 당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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