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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답노트도 눈치보며 쓰자는 민주당, 쇄신 먼 길 [정치쫌!]
靑출신 의원들, 채이배 비대위원에 사과요구
등 돌린 국민들 보고 '오답노트' 써야하는데
'맞힌 문제도 많은데 왜 그건 안봐주느냐' 식
대선패인 분석 두고 다양한 시각·논쟁 오가야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비상대책위원(왼쪽), 이상민 의원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대선 패배를 수습중인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패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뼈아픈 반성·쇄신을 해야 할 시점이지만 당장 원내대표 선거와 지방선거,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세력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일 민주당 안팎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통합·화합' 등을 이유로 다양한 패인 분석 목소리를 틀어막으려는 일부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 기류가 감지된다.

대선 패배 원인은 보는 시각에 따라 가지각색일 수 밖에 없는데 건강하고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기보다 "너는 틀렸으니 사과하라"는 식으로 몰아세우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당 출신의 채이배 비상대책위원의 '문재인 대통령의 반성문'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집단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채 비대위원은 이에 “이렇게까지 집단적으로 하는 건 저도 좀 섭섭하다”며 “반성과 사과에는 특별한 금기가 없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날선 분위기에서는 채 비대위원뿐 아니라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 고민정·김의겸·최강욱 등 청와대 출신 현역 의원 15명은 입장문에서 대외 경제 위기, 일본 수출규제 위기, 코로나 19와의 전쟁 등 문재인 정부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왔는데 왜 그 노력은 보지 않느냐고도 반문했다. 틀린 문제 오답노트를 쓰고 있는 사람에게 "왜 맞힌 문제는 잘했다고 안해주느냐" 따지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결국 오답노트마저 눈치를 봐가며 쓰라는 것으로도 보이는 것이다. 실제 당 내에서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처절한 반성과 쇄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주류 소신파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은 지난 18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서 "채 비대위원과 의견이 다르면 반박할 수 있지만, 서로의 입을 막는 방식으로 아예 입을 떼지 못하게 하겠다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논쟁이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도 채 비대위원과 결이 조금 다르다면서도 "(이 같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당 안에 나와야 한다. 일부 의원들이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어떤 의원들은 비대위에서 내보내라 이야기 하는 분도 계시는데 저는 그런 의견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엄호했다.

실제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원팀', '원보이스'를 강조하다보니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는 비주류 소장파들이 당원과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받는 등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5선 중진의 '미스터 쓴소리' 이상민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재명 후보 본인 문제도 대선 패배 원인이라고 언급했다가 이재명 후보 캠프 전 대변인으로부터 "배신자", "축출하라" 등의 거친 비난을 받고, "국민의힘으로 떠나라"는 취지의 문자폭탄도 수천개씩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를 두고 "이재명 후보의 여러 가지, 또 그 주변 인물에 대한 의혹이나 이런 것들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 됐다라고 한 불편한 점에 대한 지적이 있으니까 아마 내부 총질이라고 하는 것 같다"면서 "저는 배신한 적 한 번도 없고, 쇄신을 하려면 다 반성하고 다 성찰해야 하고 불편하지만 다 비판을 해야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의원은 당 내 중도적 성향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일부 개혁성향 의원들도 전면에 나서기를 조심스러워하는 평등법(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할 만큼 소신있는 의정활동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패인 분석은 원래 상처를 헤집는 뼈아픈 과정일 수 밖에 없고 석패했을 땐 더 그렇다"며 "오답노트를 쓰려면 우리에게 등을 돌린 국민들을 바라보고 써야지, 지지해준 절반을 바라보고 오답노트를 쓴다면 지방선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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