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골프 천국’이다. 골프장은 남쪽 오키나와부터 북쪽 홋카이도까지 전국 곳곳에 2200개가 넘는다. 골프장 이용료가 저렴하고, 비회원도 예약하기가 어렵지 않다. 2000년대 들어 사양산업으로 평가받던 일본 골프시장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골프 인구가 다시 늘고 골프용품도 잘 팔린다. 코로나 시대의 일시적 현상인지, 추세 전환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코로나 사태 첫해인 2020년 상반기에는 긴급사태 선언(3~5월) 여파로 많은 골프장이 문을 닫았고, 골프용품시장도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골프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골프가 실내 밀집과 밀폐를 피할 수 있는 실외 스포츠로 인식된 덕분이다. 골프를 멀리했던 젊은이나 여성들이 다시 골프장을 찾기 시작하였다. 요즘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주변 인기 골프장은 예약하기 힘들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일본 골프시장(골프장, 골프연습장, 골프용품)은 2010년 1조3920억엔에서 2020년에 1조1650억엔까지 쪼그라들었다. 10년간 내리막이던 골프시장이 지난해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골프장 이용자는 1002만명에 달하여, 전년보다 10.4% 늘어났다. 골프연습장 이용자도 2494만명으로, 전년보다 11.1% 증가하였다. 골프용품시장(골프용품업체 매출)은 17.6% 급증한 2730억8000만엔을 기록하였다.

전체 골프시장이 살아났지만 골프장은 감소하고 있다. 골프장 숫자는 2002년에 2457개로 정점을 찍었다. 골프 붐에도 지난해에도 11개가 줄어 2216개까지 떨어졌다. 골프장은 버블(거품)경제기인 1980년대 중반 급증하기 시작하여 2000년대 초반까지 늘어났다. 당시 전국 어디에나 골프장을 만들고 회원권을 발행하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거품경제가 꺼진 뒤에도 골프장 숫자는 확대되었다. 여전히 짓고 있던 골프장이 완공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하였지만 급격하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골프장 오너가 되고 싶은 경영자나 국내외 골프장그룹 등 인수자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덕분이다.

골프시장 성장세가 앞으로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인구 감소가 10년 이상 계속되고 있고, 근로자들의 임금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많은 상류층의 경우 골프 대신 승마, 요트 등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일본 전체 인구에서 골퍼 비율은 5.8%에 불과하다. 골프산업의 또 다른 악재는 인구구조 측면에서 제기되는 ‘2025년 문제’다. 숫자도 많고 소비력이 왕성한 ‘단카이(전후 1947~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후기 고령자인 75세를 넘는 2025년부터 골프 인구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골프산업 변화는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입장에서 일본 골프시장은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우리나라의 골프 인구는 급증하였고, 골프장 이용료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평일에도 골프장 예약난이 심각할 정도로 공급이 부족하다.

반면 일본에는 전국 곳곳에 텅빈 골프장이 많다. 조만간 재개될 일본 여행이 한국 골프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