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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물가잡아야 할 이유 확인시키는 1분기 가계소득 통계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반가움과 우려를 동시에 몰고 온다.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자식을 둔 부모 마음을 연상케 한다.

우선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2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10.1% 늘어났다. 2006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방역지원금과 손실보상금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9.5% 증가)도 한몫했지만 근로소득(10.2%), 사업소득(12.4%), 이전소득(7.9%) 등 어디 한 군데 빠짐없이 고루 늘었다. 소득 증가의 내용상 이만큼 좋기도 어렵다.

심지어 분배도 좋아졌다. 1분위(하위 20%)의 소득증가율이 가장 높아 14.6%나 된다.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 증가로 근로소득이 큰 폭(34.2%)으로 개선된 데다 기초연금 확대를 비롯한 공적이전소득(15.9%)도 늘어난 영향이다. 이 때문에 소득분배지표가 6.2배로, 1년 전의 6.3배보다 낮아졌다.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지표이니 낮아질수록 분배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출을 들여다보면 소금장수 자식으로 즐거웠던 마음이 우산장수 자식에 대한 걱정으로 바뀐다. 소득이 10% 이상 늘었는데 명목지출 증가율은 4.7%이고 실질지출 증가율은 불과 0.8%다. 실제 사들인 건 예전과 비슷한데 물가가 크게 오르다 보니 지갑에서 나가는 돈만 늘었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소득세 등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인 경상조세 지출은 무려 28.3%나 늘었다. 손가락 새 물 빠져나가듯 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게다가 불안한 경제 상황으로 보면 앞으로 더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오죽하면 수치만 놓고 좋아라 해야 할 기획재정부도 “향후 개선세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인정할 정도다. 문제는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수출에서 소비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주요국 금리 인상 등으로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아 수출 둔화는 거의 기정사실이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지난해 883억달러에서 516억달러로 줄어들 것이란 게 KDI의 분석이다. 설비투자도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건설투자도 비용 상승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결국 성장을 지탱하려면 소비밖에 없다. 그런데 물가는 계속 치솟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올해 물가상승률 예상치가 4.2%다. 아직도 정점은 멀었다. 금리는 더 올릴 수밖에 없다. 국민은 벌어도 남는 게 별로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 소비가 잘될 리 없다.

물가잡기가 경제운용의 최우선과제임을 다시 확인시키는 1분기 가계소득 통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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