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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직 상실형 ‘최강욱 지켜달라’…실제 법원 판단은 [좌영길의 법조 레프트훅]
인턴 시간 적게 기재→ 법원, ‘아예 안했다’ 결론
사용 용도 몰랐다→정경심에 “합격 도움됐으면” 문자
2017 허위 서류 발급 당시 조국은 민정수석 비서관
최강욱, 2018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발탁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법무법인 인턴 경력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정치 검찰의 공작으로부터 최강욱 의원을 지켜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지난 20일 여권 인사 18명이 낸 호소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날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한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데 따른 입장 표명입니다.

김의겸 의원과 고민정 의원, 민형배 의원을 비롯해 총 18명의 인사는 실제 인턴 활동을 했는데, 시간을 모호하게 기재한 게 유죄의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의원직까지 잃을 만큼의 잘못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조 전 장관의 아들은 실제 사무실에 수차례 와서 인턴 활동을 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와 기록도 있다”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1심과 2심 판단은 동일합니다. 실제 인턴 활동을 했는데, 시간을 부정확하게 기재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하지 않았다는 결론입니다. 입시에 쓰일 줄 몰랐다는 최 의원 주장과 달리, 명확히 용도를 아는 상태에서 허위 확인서를 발급했다고 봤습니다.

무엇보다, 허위 서류를 발급한 시기인 2017년 10월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대 교수가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일 때였습니다. 최 의원은 이듬해인 2018년 9월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발탁됩니다.

인턴했는데 시간 잘못 기재? 법원은 “아예 안했다” 결론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후보자(한덕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최강욱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김의겸 의원은 최강욱 의원에 대한 기소가 ‘검찰의 공작’이라는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다. [연합]

최 의원이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사실은 명확합니다. 최 의원 본인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확인서에는 이렇게 기재돼 있습니다.

“상기의 학생은 2017.1.10.부터 같은해 10.11 현재까지 매주 2회 총 16시간 동안 변호사 업무 및 기타 법조 직역에 관하여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문서정리 및 영문 번역 등 업무를 보조하는 인턴으로서의 역할과 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였음을 확인합니다”

최 의원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조국 전 장관의 아들이 한 번 오면 인턴을 수행하는 시간이 2시간에서 4시간 정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1월 10일부터 10월 11일까지, ‘주 2회 16시간 동안 일했다’는 의미가 1회당 8시간을 일했다는 의미라면 이 주장은 기재 사실과 어긋납니다. 반면 증명서 기재 기간 총 16시간 일했다는 뜻이라면, 1회당 12분 정도 일했다는 결과여서 이것 역시 최 의원의 주장과 맞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최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의 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했는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조 전 장관의 아들이 실제 사무실에 출근을 했는지, 어떠한 업무를 봤는지 최 의원의 법률사무소 직원들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직원 중 딱 한 명이 외모가 비슷한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고 증언한 게 전부입니다. 인턴 활동을 실제로 했는데, 시간을 적당히 기재한 게 아니라 아예 일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더군다나 최 의원 말대로 한 번에 2~4시간씩 일을 했다면 실제 일한 것보다 많은 시간을 기재하면 했지, 일부러 적게 기재할 이유는 없는 셈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렇게 판시합니다.

“최 의원은 정경심 교수의 부탁으로 확인서를 발급했다. 정경심 교수는 아들의 스펙을 만들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최 의원과 연락한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이 이러한 목적으로 확인서를 작성했다면 실제 업무 처리 시간보다 적게 기재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입시에 쓰일 줄 몰랐다? 최강욱 “합격 도움 되었으면” 정경심 “연·고대에 쓸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가 1·2심에 이어 상고심에서도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된 27일 지지자들이 무죄를 주장하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

최 의원은 설령 이 서류가 허위라고 할지라도, 그 서류가 입시에 쓰일 줄은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허위서류로 입시 업무를 방해할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조 전 장관의 아들이 로스쿨이 아닌 일반대학원에 지원한다는 사실도, 구체적으로 어느 대학에 진학할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정경심 교수와 최 의원이 주고받은 연락 내역을 근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정경심-최강욱 연락 내용〉

2017년 10월 16일

△오후 1시50분 : 정경심 교수→최강욱 변호사 전화

△오후 11시53분 : 정경심 교수→최강욱 변호사 이메일 발송

2017년 10월 17일

△새벽 2시5분 : 최강욱 변호사, ‘준비해놓았으니 오후 2시경 찾아가라’ 문자

△오후 3시30분 : 정경심 교수 “최 변호사님, 서류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자

△오후 8시33분 : 최강욱 변호사, “예 형수님, 그 서류로 O(조국 전 장관 아들)이가 합격하는데 도움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문자

△오후 8시39분 : 정경심 교수, “예, 그 서류는 연·고대를 위한 건데 어쩜 좋을지. O이 진로에 고민이 많네요.

문자 메시지 내역을 보면, 최 의원은 분명히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고, 정 교수는 연세대와 고려대를 언급하며 여기에 쓰일 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최 의원은 확인서를 작성·발급했으며 정경심 교수와 아들이 각 대학원에 이를 제출함으로써 업무방해의 고의로 실행행위를 분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겨우 인턴 확인서 하나로 기소’… 검찰 기소권 남용 주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의원직까지 잃을 만큼의 잘못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는 처음부터 의도적인 것이었다, 검찰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 국민이 준 칼을 휘두른 것이다.”

여당 정치인 18명은 입장문에서 이같이 주장합니다. 최 의원의 주장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 의원은 항소심 선고 직후 이렇게 밝힙니다. “다른 당사자와 형평 문제에서 볼 때, 왜 표적수사의 결과가 아니라고 보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불법의 평등’은 주장할 수 없습니다. 물건을 훔치다 잡힌 도둑이 ‘전국에 도둑이 얼마나 많은데 나만 잡느냐’고 할 순 없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보다, 검찰이 최 의원을 기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범행 시점 때문입니다.

△2017년 5월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임명

△2017년 10월 : 최강욱 변호사 허위 인턴확인서 발급

△2018년 9월 :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임명

조국 전 장관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에 발탁됐습니다. 최 의원이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며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준 시점은 2017년 10월입니다. ‘지인 조국의 아들’이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에게 발급해 준 셈입니다.

최 의원이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발탁된 건 2018년 9월로, 조 전 장관 아들에게 도움을 준 뒤 11개월 만입니다. 조국 민정수석이 이러한 행동을 '충성'으로 받아들였는지는 내심의 영역이어서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직자 비위를 바로잡아야 할 민정수석 부부가 아들의 입시서류를 허위로 받았고, 입시에 사용될 것을 알면서 허위문서를 발급해준 사람은 공직기강비서관을 맡았다는 점입니다. 공직자 인사검증을 하고, 기강을 바로잡는 업무를 맡는 사람들이 오히려 범행을 공모한 셈입니다. 최 의원은 이 밖에 자신이 검찰 인사에 관여한 데 불만을 품은 검찰이 보복기소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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