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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것 쏟아낸 16강 선물...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부상에 마스크 쓰고 붕대 감고
쥐가 나도 다리 부여잡고 뛰고
그래도 국민에 죄송하다 눈물
아름다운 도전 기억하겠습니다
6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붉은악마응원단이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

누군가는 목청껏 , 누군가는 속으로 ‘조금만 더, 한 골만 더, 1승만 더’를 외쳤겠지만 여기까지 와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대견하다. 브라질을 이겼다면 더 기뻤겠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관련기사 3면

붉은 유니폼을 입고 이역만리 열사의 땅에서 하나가 되어 뛰어준 한국 축구대표팀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은 속 시원하고 행복한 스무날을 보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그의 코칭스태프, 주장 손흥민을 비롯한 26명의 선수(예비멤버 오현규도 빼놓지 말자)는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4년간의 ‘2022 카타르월드컵’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이는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로 작용했고, 한국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시련도 많았다.

월드컵 본선 1차전을 불과 20여일 남겨두고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이 쓰러졌다. 챔피언스리그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로 안와골절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월드컵에서의 활약은 고사하고 출전 마저 불확실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수술을 받고 카타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자신의 몸을 생각한다면 출전 불가를 선언해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은 무조건 뛰겠다는 각오로 달려왔다.

16강 진출 여부를 가리는 포르투갈과의 3차전을 앞두고는 벤투 감독과 김민재가 빠지는 위기가 찾아왔다. 자력 진출도 불가능한 ‘9%’의 확률을 노리기에는 상황은 너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선장이 없는 상황에서 하나로 뭉쳐 믿기 힘든 역전드라마를 썼다. 부상으로 2경기를 결장했던 황희찬이 결승골을 터뜨린 것도 반전이다.

1승1무1패로 16강 진출. 만만한 팀 하나 없는 조별리그를 극적으로 통과해 16강에 오른 것은 이번 대표팀이 꼭 이루겠다는 목표였다. 여러 난관들이 방해했지만 극복했고, 결국 성공했다.

우리 대표팀의 시련은 끝이 나지 않았다. 힘겹게 올라온 16강전에서 우리 대표팀을 기다리고있는 팀은 ‘세계 랭킹 1위’ 브라질이었다. 이미 모든 걸 쏟아부은 한국 선수들에게 세계적인 선수가 즐비한 브라질은 너무 버거운 상대였다. 그러나 “우리는 잃을 것이 없다”는 벤투 감독의 경기 전 말처럼 보너스 게임이나 다름없었다. 전 세계 200여개국 중 16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어깨를 펴고도 남는다. 물론 ‘1-4’라는 스코어가 아쉬울 순 있어도 쥐가 오를 듯한 다리를 부여잡고 뛴 선수들, 교체해 들어가고 나간 선수 모두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냈다. 선수들은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눈물을 쏟았지만 괜찮다.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은 조규성, 21세의 나이로 그라운드를 누빈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골을 터뜨린 백승호 등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3경기 연속 후반전 득점을 기록한, 대표팀의 집념도 돋보였다.

이제 벤투 감독은 떠났고, 일부 선수는 다시 월드컵에 못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카타르월드컵 대표팀이 남긴 유산은 고스란히 다음 대표팀에 전해지고, 국민은 이들의 투혼을 아름답게 기억할 것이다. 김성진 기자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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