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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백만원짜리 자전거에 아이 태우는 부모들…등하굣길 ‘新계급도’
자전거 주차장에 서 있는 카고 바이크의 모습 [Bunch Bikes]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새로운 종류의 계급이 거리에 나타났다”

어린 아이들의 등하굣길에 새로운 ‘계급도’가 생겨나고 있다. 친환경 이동수단인 ‘카고 바이크(화물 자전거)’가 점차 자녀와 함께하는 등하굣길이나 산책길의 새 트렌드로 부상하는 가운데, 고급 자재들로 무장한 값비싼 카고 바이크들이 거리에 출몰하기 시작하면서다. 자녀를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자전거에 태우기 위해 무리한 지출을 감수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몇 년 새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단거리 이동수단이자 자동차의 대안으로 카고 바이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자전거 앞에 장착된 화물칸에 짐 뿐만 아니라 사람도 태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환경 오염 걱정이 없어 화석연료로 구동하는 자동차들의 대체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유럽자전거연맹에 따르면 디젤자동차 한 대를 카고 바이크로 대체할 경우 연간 5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카고 바이크는 혼잡 시간에 비교적 빠르게 이동이 가능한데다 주차도 용이해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덕분에 등하교가 이뤄지는 아침에 부모가 헬멧을 쓴 자녀를 짐칸에 태우고 페달을 밟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됐다.

[yubabikes.com]

4살 자녀를 둔 이탈리아의 마티아 그란디 씨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자전거로 자녀의 등하굣길을 함께하며 “아이가 그냥 일반적인 자전거를 태울 때보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면서 “덕분에 차를 더이상 이용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여러 장점과 대조되는 카고 바이크의 최대 단점을 꼽자면 단연 가격이다. 카고 바이크의 경우 저렴한 모델의 가격도 최소 100만원에 육박한다. 고급 모델들은 부르는게 값이다. 대개 수백만원 선으로, 짐칸을 원목으로 제작하거나, 혹은 아이를 위한 가죽 시트 옵션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옵션도 제공한다.

전기 모터가 달린 자전거들의 가격은 이보다 비싼데, 일부 모델의 경우 천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자전거전문매체 사이클링 뉴스는 “가격은 500파운드(약 80만원)에서 8000파운드(1270만원)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자동차보다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어반애로우의 전기구동 카고 바이크. 가격은 999만원부터다. [urban arrow]

여론 내에서는 터무니 없이 비싼 ‘등하교용 자전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부모와 자녀간의 친밀도를 높이고, 탄소 제로를 실천하는 등 다양한 효과와 별개로 카고 바이크가 ‘과시용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방송인인 에이드리안 차일스는 가디언 기고에서 “자전거 가게 밖에서 힐끗 카고 바이크 가격을 봤다가 3999파운드(636만원)란 가격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면서 “누가 자전거가 그렇게 비싸다고 생각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화물용 자전거를 타는 이들은 두 가지 범주로 분류된다”면서 “하나는 부유한 부모들이고, 또 하나는 부유하지 않지만 열심히 일하며 비싼 자전거를 모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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