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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뒷북 대응’에 투자자 피해 키운 SG 사태

외국계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파장이 커지면서 금융당국과 검찰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태로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등 8개 종목의 주가가 지난달 24일부터 폭락을 거듭해 시가총액이 8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일부 종목은 나흘 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주가가 4분의 1 토막 났다.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실적·수급과 같은 시장논리가 아니라 주가 조작에 따른 손실일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유명 연예인과 의사 등 전문직, 중견기업 대표, 증권사 회장까지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니 사태의 전말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책임의 소재를 분명하게 가려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주가 조작 작전 징후가 여러 번 감지됐는데도 금융당국이 제때 경고등을 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1만원이던 삼천리 주가가 1년 만에 50만 원을 넘어서고, 1만원도 안 되던 대성홀딩스가 3년 만에 13만원대로 1200%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평소 거래량이 미미하고, 매출이나 실적도 저조한 종목들이 별다른 호재 없이 수백~수천퍼센트(%) 올랐다면 증권거래소는 이상 거래로 보고 당국에 알렸어야 했는데 두고만 보다가 일을 키웠다. 금융당국은 4월 초 작전세력 개입 정황을 제보받고도 미적대다 4월 말에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사이 당국의 움직임을 눈치챈 작전세력들이 물량 처분에 나서 주가 폭락 사태가 빚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폭락 직전 다우데이타 주식 600억원어치를 팔았고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도 450억원어치 주식을 매도해 의혹을 사고 있다.

이번 주가 조작은 통상적인 방식과는 달리 다단계식 사기에다 시세조정을 파악하기 어려운 파생상품 악용(CFD), 투자 주체를 잡아내기 어려운 외국계 증권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신종 수법에 가깝다. 작전세력은 2020년부터 최대 1000명의 고액자산가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이들 명의로 조직적으로 주식을 사고팔아 주가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가 조작이 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소리 없이 진행되면서 당국의 감시망을 무력화했다. 그사이 8개 종목의 주가는 404∼1741%나 뛰었다. ‘뛰는’ 작전세력에 ‘기는’ 감시망이 개미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긴 것이다.

이번 사태로 자본시장의 암적 존재인 주가 조작이 더 교묘해지고 더 치밀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허술한 감시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고 파생상품, 외국계 증권사 등 감시 사각지대의 문제도 정비해야 한다. 일벌백계의 사후 처벌에 앞서 투자자 안전 조치인 사전 예방을 튼실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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