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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직 대통령 청와대 특별전 “새 방식의 전시vs의도적 가리기”[현장에서]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전시
생활로 본 대통령 표방 ‘새로운 시도’
“정치적 맥락 가리기” 비판도 있어
청와대 개방 1년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를 설명하고 있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 장관은 올 초부터 약 5개월간 전시를 직접 디렉팅했으며,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브리퍼(Briefer)로 나섰다. [이한빛 기자]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청와대 개방 1년을 맞아 대통령들의 생활사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연초 정부가 발표한 청와대 활용 방안 중 하나로, 이미 예고된 사안이다 보니 시작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는 제목처럼 이번 전시는 대통령들의 소품을 통해 그들의 삶을 짐작해 보는 자리다. 해방 뒤 최고 권력자의 거처로 쓰인 청와대의 74년 역사를 함축, 역대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 물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시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의 공과를 다루는 방식이 아닌 상징소품을 통해 대통령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만날 수 있다”며 “이승만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청와대의 중심인 본관 세종실과 인왕실에서 각각 중임 대통령과 단임 대통령을 나누어 소개한다. 대통령 마다 하나의 일화나 키워드를 중심으로 부스를 꾸렸다.

박정희 대통령은 그림을 곧 잘 그렸다며 ‘박정희의 연필 스케치 방울이, 주인 없는 침실 문 앞에서 방울이는 시무룩해졌다’고 설명한다. 전두환 대통령은 스포츠를 좋아했던 점을 들며 ‘전두환의 스포츠 사랑 프로 축구 첫 시축, 프로야구 첫 시구자였다’고 소개한다.

노태우 대통령은 ‘퉁소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요약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유일한 특허 대통령, 문제를 우회하지 않는 도전과 돌파’로 소개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저도의 추억, 대통령 아버지에 대한 딸 대통령의 특별한 추억’을 강조한다. 조깅을 즐겼던 김영삼 대통령은 러닝화가, 꽃을 다듬으며 정국을 구상했다는 김대중 대통령은 원예 가위가 대표 아이템으로 전시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평상시 드로잉 수첩을 가지고 다닐 정도로 그림을 곧잘 그렸다. 반려견 방울이 스케치는 원본이 아닌 복사본으로 전시됐다. 이한빛 기자]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다루는 기존의 전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정부의 설명은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의도적 가리기’가 적나라 해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이 들었을 뿐이다.

전 대통령은 프로 스포츠를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했던 정치적 맥락은 사라지고 원래 축구를 즐겼다는 설명만이 남았다. 노태우 대통령은 휘파람을 잘 불어 ‘숲 속에서 휘파람 소리를 내면 산새가 날아올 정도였다’는 글귀에 경망스럽게도 공주가 노래를 부르면 새들이 따라 불렀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대통령의 키워드는 그의 아버지였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전시에서 그들의 공과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내리지 않으면 그 전시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일까. 새로운 시각의 제시는 다분한 의도와 전략이 담겨있다.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과학적 성취가 아니라, 이미 있는 사실 중에서 강조하고 삭제하며 중요도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전시’라서다. ‘일상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클리셰는 여전히 유효하다.

전시는 박 장관이 올 초부터 약 5개월에 걸쳐 직접 디렉팅했다. 방향과 줄기를 잡으면 전문가들이 조언 하는 방식이었다는 전언이다. 그는 “저희가 (전시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한 게 아니라 모든 도움을 받았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것은 노 대통령 기록관 관장의 도움을 받는 등 역대 대통령 가족들의 자문과 의견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와 함께 청와대 본관도 국빈을 맞이하던 스타일로 복원했다. 빨간 카페트를 살리고, 그림도 복원 후 다시 걸었다. 대통령 역사 전시, 본관 복원, 춘추관 전시와 올해 예정된 2개의 전시에 든 예산은 총 15억원이다. 전시는 사전 예약하면 누구나 볼 수 있으며, 청와대 시설물 보호와 관람객 안전을 위해 동시 수용 인원을 200명으로 한정한다.

청와대 개방 1년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중 박근혜 대통령 부스 전경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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