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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아요" 서울 집주인 콧대 2006년 이후 가장 높아져

이달 초 직장인 박모(35)씨는 부동산 계약 당일 파기라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박씨는 서울 용산구 문배동 주상복합을 9억6천만원에 매수하기로 했고, 매도인도 이에 동의했지만, 계약 직전 집주인의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매도자가 계약서를 다 쓰고는 도장 찍기 직전에 전화 한 통을 받으러 나가더니 '없던 일로 하자'며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듯 부동산을 떠났다"며 "몇 날 며칠 허탈하고 입맛이 썼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고 매도자 측 계약파기가 번번이 일어나는 이른바 '매도자 우위 시장'의 전형이다 .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 부동산시장은 2006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극심한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거듭났다.

30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52.3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열기가 뜨거웠던 2006년 11월 첫째주(157.4) 이후 약 12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북의 매수우위지수가 150.9, 강남은 154.0으로 2008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61.4로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매수우위지수는 부동산중개업체 3천600여 곳을 대상으로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가운데 어느 쪽이 많은지를 확인해 산출하는 지수다.

지수 범위는 0∼200이며 기준점인 100을 웃돌면 매수자가, 밑돌면 매도자가 시장에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즉, 지수가 높을수록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에 주택을 팔 수 있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펼쳐진다.

서울 부동산시장의 매수우위지수는 2006년 정점을 찍은 뒤 집값 하락론이 대세를 이뤘던 2012년에는 매수우위지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기도 했다.

2007년부터 2016년 6월까지는 내리 10년 가까이 기준점인 100을 밑돌았고 2016년과 2017년, 올해까지 2∼4개월씩 간헐적으로 100을 웃돌았다.

7월 마지막 주부터 다시 기준점을 넘겨 불붙기 시작한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한 달 만에 껑충 뛰어올라 150을 넘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매수자들은 계약파기를 막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아파트를 매수한 이모(33)씨는 최근 계약 이후에도 파기가 잇따른다는 이야기에 중도금을 나눠서 전달했다.

대법원 판례상 부동산 매매 시에 중도금까지 납부하면 매도인은 계약을 임의로 해지할 수 없으며, 이중 매도하면 배임죄까지 성립한다.

이씨는 "원래 중도금 납부 일자는 11월이었지만 파기할까 봐 계약서를 쓴  다음 주에 부랴부랴 돈을 부쳤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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