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부터 병상에…"의식 없지만 자가호흡, 자극에 반응"
이재용 등 가족 문안 갈 듯…그룹 차원 행사는 없어
올해로 와병 7년째에 접어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9일 78회 생일을 맞는다.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느 때보다 큰 상황이어서 이 회장의 6번째 '병상 생일'을 맞는 삼성 내부는 어두운 분위기로 보인다.
5일 재계와 복수의 삼성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입원 중인 이 회장은 건강 상태가 특별히 악화하지 않고 이전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이 일어나 인근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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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다음날 새벽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고, 이후 심폐기능이 정상을 되찾으면서 중환자실에서 병원 20층에 있는 VIP 병실로 옮겨져 지금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의식은 없지만, 인공호흡기나 특수 의료장비 없이 자가 호흡을 한다고 전해졌다. 주로 병상에 누워서 지내면서도 자주 휠체어를 태워 복도를 산책시키거나 신체 일부를 일으켜 세워 마사지해주는 등 운동 요법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이나 소리 등 외부 자극에 반응해서 음악을 들려주는 등의 보조적인 자극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가족은 이 회장 생일을 맞아 신년 인사를 겸해 병원을 찾아 문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임직원들은 이 회장 와병 초반에는 사내매체 등을 통해 쾌유 기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으나, 2018년부터는 별도의 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 올해도 회사 차원의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생일을 즈음해 이 회장과 삼성에 대해 크고 작은 소식들이 많다.
두달 전인 지난해 11월 삼성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으로부터 1987년 경영권을 이어받은 이 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신경영 시대'를 열었고, 휴대폰과 반도체 신화도 쓰기 시작해 회사를 현재의 글로벌 선두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이 회장은 수년째 병상에 누워 지내면서도 국내 주식부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달 12월30일 기준 이 회장 지분가치는 17조6천213억원으로, 부동의 1위일 뿐 아니라 1년 전과 비교해 4조422억원이 늘어났다.
그러나 회사가 맞이한 상황은 '초유의 사태'라고 일컬어질 만큼 엄중하다. 삼성 총수를 이어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 혐의 등으로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혐의 재판, 노조 와해 혐의 재판도 한꺼번에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세계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다가 사실상의 그룹 해체와 수년째 이어지는 재판 부담으로 이 회장 생일이라고 해서 긍정적 분위기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