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수감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업 현안 해결 등을 이유로 법원에 보석을 신청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22일 법원과 재계에 따르면 면세점 관련 뇌물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신 회장은 경영권 방어와 시급한 사업 현안 해결을 위해 지난달 12일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정기 주총에 참석해 자신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제안한 '신동빈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안건 통과를 저지, 롯데그룹 경영권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신동빈 회장은 "해임안이 상정되면 당사자에게 해명 기회를 주는데 현장에서 직접 구두로 해명 기회를 갖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총에 꼭 참석하고 싶다"고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했다.
법원이 주총 당일까지 보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자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에게 신 회장의 친필 서신을 전달했고 쓰쿠다 사장이 주총장에서 대독했다.
해임 안건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신 회장은 한일 롯데 경영권을 지키게 됐다.
재계는 일반적으로 보석 신청에 대한 재판부의 검토 기간이 과거 두 달 안팎이었던 것으로 미뤄볼 때 신 회장에 대한 보석 허용 여부도 다음 달쯤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이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사례는 과거에 종종 있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 1천34억원을 조성하고 회삿돈 90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6년 구속기소 됐다.
정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건강상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2003년 2월 1조5천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4월 첫 번째로 낸 보석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으나 최 회장 측은 석 달 뒤인 7월 건강악화와 고 최종현 명예회장 제사 참여 등을 이유로 두 번째 보석을 신청했다. 최 회장은 보석 신청 2개월만인 9월 석방됐다.
신 회장의 경우는 보석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롯데그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형제간 분쟁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면서 애초 보석을 신청했던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기류도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 재판부는 최근 "재계 5위 그룹(롯데)의 총수란 이유로 더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고, 그런 이유로 더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받아서도 안 된다"며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 입장이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롯데 내부에서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사드(THA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하는 등 롯데 경영 상황이 어렵고 신 회장에 대한 여론도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은 보석 결정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70억원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된 신 회장의 2심 판결은 오는 9월 말 또는 10월 초에 내려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