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일가의 계열사 등기이사 겸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빠져있는 하위 그룹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총수가 있는 국내 100대 그룹의 오너 일가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3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10명이 10개 이상의 계열사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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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지난 1일 오전 강서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68개 계열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36개 업체의 등기이사로 동시에 등재돼 '최다'를 기록했다.
이어 권민석 아이에스동 사장(17개), 박상훈 신안 금융부문 대표(15개),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박순석 신안 회장(각 14개), 김영훈 대성 회장(13개), 박훈 휴스틸 사장·이진철 신안 총괄사장(각 12개), 김정주 대성홀딩스 사장(11개),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10개) 등의 순이었다.
총 22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신안그룹의 경우 박순석 회장과 장남 박훈 사장, 차남 박상훈 사장, 사위 이진철 이사 등 오너 일가 4명이 모두 10개 이상의 계열사 등기이사를 겸직 중이었다.
등기이사를 2곳 이상 겸직하고 있는 오너 일가는 전체 조사 대상자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108명이었고, 이들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기업의 수는 평균 5.0개로 집계 됐다.
1인당 등기이사 겸직기업 수를 그룹별로 보면 SM그룹이 36개로 가장 많았고 ▲신안(13.3개) ▲ 사조(11.5개) ▲ 아이에스동서·롯데·무림(각 9개) ▲ 대성(8.6개) 등의 순이었다.
특히 이 가운데 신안, 사조, 아이에스동서, 대성 등은 공정위가 정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60개 그룹에 포함되지 않는다.
CEO스코어는 "통상 기업의 이사회 개최 건수가 한해 15차례 내외라는 점을 감안 하면 10개 업체의 등기이사에 동시에 등재될 경우 이사회만 150회가량 참석해야 하는 셈이어서 '부실 경영'의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또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기 때문에 '책임 경영'을 위해서는 오너 일가가 참여할 필요는 있다"면서 "그러나 지나친 겸직은 이사회 독립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집안 배불리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