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보유지분 25% 미만…대한항공 시총 11% 불과
"다른 주주들 나서야"…2대주주 국민연금 행보 '주목'
각종 논란에 휩싸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003490] 시가총액의 11%에 불과한 지배회사 지분만으로 기업을 좌지우지해오고 있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작년 말 기준 지주사인 한진칼[180640]로 지분 29.96%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일가 중에선 조 회장만 대한항공 지분 0.01%를 보유하고 있을 뿐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원태 사장과 현아·현민씨 등 삼남매는 전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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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조 회장 일가는 지배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보유해 대한항공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한진칼 지분 구조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조 회장 17.84%, 장녀 현아씨 2.31%, 장남 원태씨 2.34%, 차녀 현민씨 2.30% 등 오너 일가족과 특수관계인이 28.96%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24.79%에 그친다.
조 회장 일가의 한진칼 지분 규모는 전날 기준 시가총액으로 보면 3천600억원 규모에 해당한다. 이는 대한항공 시총 3조2천484억원의 11.1%에 그친다.
산술적으로 조 회장 일가가 3천600억원어치의 지분을 들고 3조2천억원이 넘는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조 회장 일가는 최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파문에서 드러났듯이 어머니 이 이사장의 '막말 논란'에 조 회장 일가의 불법 탈세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을 해외 쇼핑 물품 운송 등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진가 삼남매가 관세청의 압수수색까지 받게 됐다. 조 전무와 이 이사장은 '갑질 논란'과 관련한 수사 기관의 조사도 받고 있다.
이에 증시 안팎에선 조 회장 일가를 제외한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기업 가치 회복과 경영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총수일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회사 가치를 떨어뜨려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작년 말 기준 3.9배로 동종업체인 싱가포르항공(22.3배)나 콴타스항공(11.2배)보다 훨씬 낮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할인)을 감안하더라도 대한항공 주가는 코스피 PER(9.9배)과 비교해 지나친 저평가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 호조 등에도 대한항공 PER이 코스피보다 낮은 것은 총수일가의 부적절한 처신 등 오너 리스크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행사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오너 일가를 경영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국민연금이 총수일가를 제외하면 대한항공의 2대 주주"라며 "재벌 3세들의 경영 복귀를 반대하거나 최소한 국가 이미지 실추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대한항공과 한진칼 보유지분은 6일 기준 각각 12.45%, 11.81%에 달한다.
지배회사인 한진칼은 한국투신운용도 7.6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신이 보유한 지분을 합하면 20%에 육박해 조 회장 일가 지분에 조금 못 미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한진칼 이사회를 소집해 조 회장 일가 파면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부결되면 지분을 늘려 실력행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이사회 구성을 보면 지난달 말 현재 조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만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양사 모두 나머지 사내이사들은 대한항공 직원 출신 임원으로 조 회장 일가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외부에서 영입된 사외이사 역시 모두 변호사와 교수 출신이다.
반면 재계 등 일각에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는 데 대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특히 국민연금은 정부 등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경우 정부의 재벌 길들이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으며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주주 활동과 관련해선 현재까지는 의결권 행사 범위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