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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후 여아 살해 시인 호주 70대…끈질긴 추적에 '백기'

6살짜리 여자아이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은 호주의 70대 피고인이 사건 발생 33년 만에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사건 후 30여 년간 수많은 단서가 허위로 밝혀졌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수사해 1년 전 이 피고인을 체포한 바 있다고 호주 언론들이 30일 전했다.
지난해 체포 당시 그레고리 케이스 데이비스 (사진=호주 공영 ABC 방송 캡처/연합뉴스)
지난해 체포 당시 그레고리 케이스 데이비스 (사진=호주 공영 ABC 방송 캡처/연합뉴스)
29일 멜버른 법원에서는 74살의 남성 그레고리 케이스 데이비스가 1984년 11월 6살 여자아이를 납치,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인정했다.

당시 멜버른에 살던 카일리 메이버리는 엄마와 함께 이웃집을 방문했고, 이웃집 아주머니의 부탁으로 약 150m 떨어진 가게로 설탕을 사러 나간 뒤 실종됐다.

카일리는 약 7시간 후 집에서 1㎞ 떨어진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카일리가 발견된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살던 데이비스는 이틀 후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빠져나왔다. 당시 40대 초반의 그는 전과가 없었다.

그 뒤 이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져들었으며, 이후 경찰은 신고 포상금으로 100만 호주달러(8억4천만 원)를 내걸기도 했다.

영원히 미제로 끌 날 것 같았던 이 사건은 11년 후인 1995년 경찰이 카일리 옷에서 DNA 조합을 찾아내면서 전기를 맞게 됐다.

이 DNA에 대해 지난해 다시 평가가 이뤄졌고, 결국 데이비스에 대한 조사로 이어졌다.

데이비스는 DNA 검사에 동의해 카일리 옷에서 채취된 것이 자신의 DNA와 동일한 것으로 나왔지만, 체포된 뒤에도 혐의를 부인해왔다.

호주 경찰은 지난해 6월 데이비스 체포 뒤 "살인사건 미제담당팀이 꽤 오랫동안 이 사건을 다뤄오고 있었으며 아주 최근 몇몇 정보를 입수했다"라고 말했다.

그 사이 카일리 가족에게는 비극이 이어졌다.

카일리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1년 만에 할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카일리 삼촌은 1987년 소아성애자 2명을 살해했다는 주장을 유서에 남긴 뒤 감옥에서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카일리의 엄마 줄리는 데이비스가 범행을 인정하자 눈물을 쏟은 뒤 "어둠은 거의 끝났다. 가족들이 30년 이상 고통을 겪던 지옥에서 마침내 빠져나올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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