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길거리 살인'으로 갑자기 아버지를잃은 미국의 30대 여성이 아버지의 심장을 기증받은 노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州) 스위스베일의 동네 교회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있었던 초등학교 교사 제니 스테피언(33)의 결혼식 이야기다.
스테피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의 단상까지 인도한 사람은 전날 그녀를 처음 만난 아서 토머스(72)라는 노인이었다.
토머스 노인의 가슴에는 스테피언 아버지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
(사진=ABC뉴스 영상 캡쳐) |
ABC방송 등 미국 언론들의 8일 보도에 따르면 요리사였던 그녀의 아버지 마이크 스테피언은 2006년 9월 걸어서 퇴근하다 10대 살인범에게 강도를 당했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병원서 숨을 거두기 직전, 가족은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그의 심장은 당시 심부전을 앓으며 소생할 희망이 거의 없었던 뉴저지 주 로런스빌의 네 아이 아버지 토머스에게 새 생명을 줬다.
심장이식 수술을 계기로 스테피언과 토머스의 가족은 전화통화를 하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교환하며, 서로 생일에 꽃다발을 보내는 사이가 됐지만 한 번도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스테피언은 작년 10월부터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누구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나'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도 돌아가신 아버지의 몸의 일부가 세상에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 아닌가요."
스테피언은 약혼자의 권유로 토머스 노인에게 편지를 썼고, 토머스는 주저 없이 응낙했다.
스테피언에게 달려온 토머스 노인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맥박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손목을 스테피언이 잡아보도록 한 것이었다.
토머스는 "그녀 아버지의 심장이 뛰고 있으니, 최대한 그녀에게 아버지처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스테피언은 결혼식에서 토머스의 왼쪽 가슴에 조용히 손을 올려놓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