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수위에 대한 현격한 의견차가 표출된 미·중 고위급 당국자의 '베이징 회동'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한 상대의 '무책임'을 탓하는 '네탓 공방전'도 노골적으로 연출됐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함께 지난 27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 18층 회의실에서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해왔다며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을) 터무니없이(無端) 추측하고 곡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터무니없는 추측'은 케리 장관이 최근 제기한 '중국의 대북접근법 실패론'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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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
케리 장관은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한 직후인 지난 8일 왕이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규정하면서 중국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케리 장관은 발언 시간 내내 김정은 정권이 세계에 가하는 위험성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모든 국가, 특히 글로벌 리더십을 추구하거나 글로벌 리더의 자리에 있는 국가들은 이 위협에 대응할 책임이 있다"며 중국이 책임을 다해왔다는 왕 부장의 발언을 무색하게 했다.
케리 장관이 한참 모두발언을 이어가고 있을 즈음, 기자회견장에서 15층 아래 있는 3층 중국 외교부 브리핑실에서는 내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례브리핑이 열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중국을 방문한 케리 장관은 중국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중단시켜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중국은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등을 위해 나태하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이는 모두가 지켜본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비핵화 프로세스가 어려움에 부딪히고 6자 회담이 중단된 중요한 원인은 '개별 당사국'(미국)이 진심으로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유관국가'(미국)는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 당국자들이 같은 건물에서 거의 동시에 북핵 문제를 놓고 상대국의 책임을 질책하는 '동상이몽'의 장면을 연출했던 셈이다.
기자회견 시간과 정례브리핑 시간이 겹쳐 나타난 장면이기는 했지만, 베이징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미·중 간 시각차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한 장의 사진처럼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