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앓는 소녀 천진난만한 모습에 좌중 웃음바다
교황 "고통 겪는 사람 볼 때 항상 기도해야" 당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반 신자들에게 엄숙하게 강론하는 와중에 어린 소녀가 단상에 올라와 천진난만하게 뛰어놀아 좌중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21일(현지시간) 일간 라 스탐파에 따르면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의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러브'라는 글자가 새겨진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어린 소녀가 교황이 자리한 단상에 올라왔다.
불치의 병을 앓고 있다는 이 소녀는 마치 놀이터인 양 단상 위를 종횡무진 뛰어다니고 손뼉을 치고 춤을 추는 등 즐거워했다.
교황의 손을 덥석 잡는가 하면 교황 옆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병의 창을 잡아당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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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
엄숙한 분위기에서 교황이 불필요한 소유를 벗어던지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삶을 강조하는 내용의 강론을 하던 때였다.
장난기 어린 소년의 모습에 좌중에선 일제히 폭소가 터졌다.
깜짝 놀란 소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데려오려고 하자 교황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이를 만류하며 "그냥 그대로 두세요. 신은 아이들을 통해 가르침을 주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소녀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신자 석과 단상 위를 오르내리며 뛰어놀았다고 한다.
소녀의 돌발 행동에 아랑곳없이 강론을 끝까지 이어간 교황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즈음에 단상에 오른 소녀를 다시 거론했다.
교황은 "성찰합시다. 우리는 모두 그 아름다운 소녀를 보았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병마와 싸우는 가엾은 소녀를"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마음으로 답해보세요. 하느님이 그 소녀를 치유하고 보살펴달라고 기도했습니까. 그녀의 부모님과 가족을 위해 기도했습니까?"라고 물으며 "우리는 고통을 겪는 사람을 볼 때 항상 기도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작년 11월 수요 일반알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사제들이 교리 문답서를 낭독할 때 갑자기 6세 꼬마가 단상 위로 올라가 스위스 근위병의 창을 손으로 잡아당기고 심지어 교황이 앉아 있는 성좌 뒤에 가 놀기도 했다.
당시 소년의 어머니가 "아이가 언어장애를 안고 있어 말을 못 한다"고 설명하며 데려가려 하자, 교황은 마찬가지로 "그냥 내버려 두라"고 만류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아이와 같아야 한다고 한 예수의 말씀은 아이가 아버지 앞에서 지니는 자유를 우리도 하느님 앞에서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 아이는 오늘 우리 모두에게 가르침을 줬다. 그가 말을 할 수 있도록 신의 은총을 간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