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선창으로 '아리랑' 합창이 시작되자 머르기트 다리 위 웅성거림은 일순간 부드러운 선율로 바뀌었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 엿새째인 3일(현지시간) 오후 7시, 사고지점 바로 위인 머르기트 다리에 헝가리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추모의 마음을 노래로 불렀다.
저물녘 선선한 바람이 부는 아름다운 풍경 위로 구슬픈 곡조가 흐르자 행사 참가자 일부는 눈물을 흘렸고 감정이 격해진 듯 서로를 끌어안기도 했다.
행사를 준비한 토마시 치스마지아(50) 씨에 따르면 참가자 중 다수는 부다페스트 내 합창단 단원들이며, 이외에도 많은 시민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추모 행사에 참여했다.
치스마지아 씨는 "우리 합창단은 지난해 12월 아리랑을 변주한 노래로 공연을 했었다"며 "사고 이틀 후 합창단원들과 뜻을 맞춰 아리랑 추모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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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이날 처음으로 아리랑을 접한 일반 참가자들도 합창단에서 준비한 작은 악보를 손에 들고 목소리와 마음을 보탰다.
서툰 발음이지만 한(恨)의 정서는 나라와 민족을 뛰어넘어 교감됐다.
참가자들은 한 번씩 다리 아래 사고지점 쪽으로 황망한 눈길을 던졌다. 이들은 이날 오후 피해자 가족들이 다뉴브강에서 진행되는 수색 작업을 지켜보던 곳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눈물을 지었다.
노래가 끝난 뒤 세실리아 얼베이(34) 씨는 "지난해 공연 연습을 할 때도 노래가 참 슬프다고 생각했었다"면서 "가사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그 강을 건너지 말라'는 뜻인 줄로 짐작했다"고 말했다.
헝가리 시민들의 추모 물결은 머르기트 다리 위와 다뉴브 강변, 한국 대사관 앞 담장을 따라 퍼지고 있다.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과 촛불들, 편지와 인형 등은 점차 빼곡하게 쌓여가는 중이다.
한국인 관광객이나 부다페스트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의 마음을 더했다.
아내와 함께 관광을 왔다는 최 모(55) 씨는 "도시는 너무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소식에 마음이 무거워 사고현장을 찾았다"며 "헝가리 시민들의 애도 물결이 마음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헝가리 내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 등은 자발적으로 통역 봉사를 하고 있으며, 삼성·LG·SK·한국타이어 현지 한국법인들도 자원봉사 인력과 식음료 등을 한국 정부 신속대응팀 측에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