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전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실종돼 이탈리아 최악의 미제 사건의 주인공으로 남은 에마누엘라 오를란디의 가족들이 그가 바티칸 시국 내부의 묘지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특정 묘소를 열어볼 것을 교황청에 요청했다.
알레산드로 지소티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청이 오를란디 가족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접수했다"면서 "해당 요청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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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에레델라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은 앞서 오를란디의 가족이 오를란디가 바티칸 시국에 위치한 테우토니코 묘지에 묻혀 있음을 암시하는 익명의 편지를 작년 여름에 받은 뒤 교황청에 이번 서한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지척에 자리한 테우토니코 묘소는 로마에 거주하는 독일어와 플랑드르어 사용자들이 주로 묻히는 곳이다.
한편, 실종 당시인 1983년 15세이던 오를란디는 로마 시내 한복판에서 음악 레슨을 받은 직후 종적을 감췄다.
교황청 직원의 딸인 오를란디의 실종은 갖가지 의혹을 낳았다.
1981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암살을 시도했다가 투옥된 터키 출신 용의자의 석방을 이끌어내기 위한 세력에 의해 납치됐다는 추측이 제기되는가 하면, 그가 교황청 내부의 성범죄자에 의해 희생됐다거나, 그의 실종이 교황청과 마피아 사이의 검은 거래와 연관됐다는 각종 미확인 소문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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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에는 로마 시내 중심가에 있는 주이탈리아 교황청 대사관 건물에서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에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골이 발견돼 이 뼈가 실종된 오를란디일 수도 있다는 추정이 제기됐다. 하지만, DNA 분석 결과 해당 인골은 오를란디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오를란디의 가족들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동안 교황청이 진행한 조사 기록을 공개할 것을 촉구해왔다.
오를란디 가족의 변호사는 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비오 12세의 재위 당시 작성된 비밀문서를 내년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을 지적하면서 "우리도 오를란디 실종 관련 조사 문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