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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1등 자존심, 곳곳에서 균열 조짐

국내 화장품 업계가 전체적으로 고공성장을 이어가면서 국내 1위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1등 자존심'을 위협하는 분야와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대표 한방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가 LG생활건강 '후'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모레퍼시픽 색조 브랜드인 에뛰드는 2년 연속 매출이 부진한 상태고, 생활용품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에 밀려 2위에 그치고 있다.

(Yonhap)
(Yonhap)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설화수와 후는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 한방화장품 열풍 덕분에 각각 1조원, 8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자체는 2천억원가량 차이 나지만, 설화수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5%인데 비해, 후의 매출 신장률은 무려 88%에 달했다.

중화권 고객의 선호도를 반영하는 바로미터 격인 면세점 매출에서는 이미 후가 설화수를 앞지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종학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매출 1위 면세점인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후가 매출 1천309억원으로 전체 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설화수는 920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호텔신라 서울점에서도 후가 801억원으로 설화수(683억원)를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라섰다.

설화수는 1966년 세계 최초의 한방화장품인 ABC인삼크림 등을 출시하는 등 한방 화장품의 선구자로 자부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자존심과 같은 브랜드다.

후는 설화수에 비하면 후발주자이지만 특유의 궁중 한방 콘셉트와 한류스타 이영애 모델 기용 등의 영향으로 중화권에서 인기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신장세를 유지한다면 1∼2년 내에 설화수와 후의 매출 규모가 비슷해지거나 후가 설화수를 역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의 5대 글로벌 브랜드이자 색조 전문 브랜드인 에뛰드는 잘 나가는 아모레퍼시픽에서 몇 안 되는 '아픈 손가락'이다.

에뛰드는 2014년 매출이 9%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매출이 8% 줄었다. 이로 인해 전체 화장품 브랜드숍에서 에뛰드 순위는 2014년 4위에서 지난해 6위로 두계단 하락했다.

반면 경쟁사 LG생활건강의 색조 브랜드 VDL은 매출 규모로는 에뛰드보다 작지만 지난해 80%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색조 화장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색조 화장품은 성장 가능성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있는 분야로 에뛰드의 매출 부진은 아모레퍼시픽로선 특히나 반갑지 않은 성적표다.

에뛰드는 유통 채널 구조조정, 매장 리뉴얼 등을 통해 매출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시장에서 업계 1위이지만, 치약·샴푸·비누 등 생활용품 시장에서는 LG생활건강에 밀리고 있다.

닐슨 데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용품(퍼스널 케어) 시장 점유율은 LG생활건강이 34.4%로 1위였고 아모레퍼시픽(29.1%)과 애경(14.9%)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칫솔 부문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점유율 15.2%로 애경(15.8%)에도 밀리며 시장점유율 3위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화장품 매출을 놓고 보면 아직까지 아모레퍼시픽이 부동의 1위이지만, 다른 업체의 추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분야별, 브랜드별로 역전 현상이 잇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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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