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물 트레비 분수에 쌓이는 연간 150만유로(약 19억3천만원)에 달하는 동전의 귀속을 놓고 로마시와 가톨릭 교회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이 일단락됐다.
15일(현지시간) 일메사제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전날 시 고위 간부들과 회의를 열고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에 트레비분수의 동전들을 계속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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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 분수 (연합뉴스) |
라지 시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카리타스와 카리타스의 도움을 받는 수천 명의 사람들은 안심해도 된다"며 "로마시는 트레비분수의 동전을 카리타스에 계속 전달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앞서 관광객들과 로마 시민들에 의해 트레비분수에 쌓이는 동전을 오는 4월부터 시 예산으로 귀속시켜 사회복지와 문화재 보존 등의 명목으로 직접 사용하겠다는 로마시의 방침이 공개되자, 가톨릭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가톨릭계와 야권은 2001년부터 트레비분수의 동전을 기부받아 노숙자와 빈곤층을 지원하는 데 사용해온 카리타스에 대한 지원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트레비분수의 동전까지 빼앗으려 한다며 로마시를 거세게 비난했다.
재정난에 처한 로마시의 빠듯한 살림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2017년 말 트레비분수의 동전을 시에 귀속하는 방안을 처음 추진했던 라지 시장은 교회와 야권의 반발에 밀려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지 시장은 아울러 교황청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로마노와의 인터뷰에서는 트레비분수뿐 아니라 로마시 곳곳에 위치한 다른 분수에 쌓이는 연간 총 20만 유로(약 2억6천만원)의 동전 역시 카리타스에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을 형상화해 제작한 높이 26m 규모의 트레비 분수는 건축가 니콜로 살비의 설계에 따라 1762년 완성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다.
이곳에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다거나, 연인과 맺어진다는 등의 속설에 따라 전 세계 관광객의 주머니에서 나온 동전이 끊이지 않고 바닥에 쌓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