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롯데가의 법적 분쟁이 결국 형사소송으로 번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고바야시 마사모토 한국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를 업무방해와 재물은닉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번 소송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으로서, 신동빈 회장과 법적으로 맞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총괄회장 측은 고소장에서 작년부터 올해까지 신동빈 회장과 일본인 임원들이 자신을 그룹 경영에서 배제한 일련의 과정이 불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신 총괄회장은 "쓰쿠다 대표이사는 작년 8∼12월 '신동주가 허가 없이 자회사 돈을 잘못 투자해 90억원을 날렸다'는 허위보고를 반복했고 결국 '해임하면 좋겠다'는 말에 '그렇다'는 대답을 나로부터 끌어냈다"고 적었다.
말뜻대로라면 해임에 긍정적으로 답한 것이지만 허위 보고가 원인이 된 것이고 진심을 담은 말도 아니었다는 게 신 총괄회장의 입장이다.
이 말을 빌미로 일본인 임원들은 신동주 전 부회장을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해임한 만큼 인사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할 수 없도록 업무를 방해한 셈이라고 신 총괄회장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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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
이어 "올해 7월28일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신동빈 회장과 일본인 임원들은 건물 출입구를 봉쇄한 채 임시이사회를 열고 본인(신격호)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전격 해임했는데 이는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임시이사회 직전 신 총괄회장의 대표이사 인감을 꺼내지 못하게 봉인해 버린 점은 재물은닉에 해당한다고도 언급했다.
신 총괄회장 측은 "이번 소송 제기는 가족 간의 다툼이라기보다는 국부 유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명분을 내세웠다.
신 총괄회장 측 변호인은 "쓰쿠다·고바야시는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지분 47.7%를 장악했는데, 이는 의결권이 없는 투자회사 LSI의 지분 10.7%를 빼놓고 따지면 53.4%에 해당하고 과반을 넘는다"고 말했다.
또 "반면 신동빈 회장의 개인 지분은 1.4%에 불과하다"면서 "탈취된 그룹 경영권이 장차 일본 측으로 넘어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올해 7월 임시이사회에서 자신을 해임한 것이 무효라는 소송을 냈고, 신동주 전 부회장도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민사소송을 이미 국내 법원에 냈다.
이번 형사소송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근거 없이 무분별한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 및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오히려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며 "검찰 조사를 통해 이번 소송이 '무고'였다는 점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직·간접적으로 13만명을 고용하고 연간 90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롯데그룹을 겨냥해 '국부유출'을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모든 민·형사 소송에서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