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이 0%대로 떨어진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1948년 이후 67년만에 사상 최저치다.
이런 저물가는 한국 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에 디플레이션이 심각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으로 소비 위축이 일어나 심각한 불황을 초래한다.
19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연평균 기준)은 0.6%로 전망됐다. 교보증권은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0.7%로 내다봤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달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7%로 전망했다. 이는 7월 전망치(0.9%)보다 0.2% 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게 된다. 구제금융 위기의 극심한 경기침체 여파가 나타났던 1999년(0.8%)보다도 낮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에는 저유가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로 뚝 떨어졌다.
그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미만에 그친 것은 1999년이 유일하다. 따라서 올해 16년만에 0%대를 다시 찍을 것이 확실시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48년 58.3%에서 1950년에 전쟁으로 167.5%까지 치솟았다. 이후 1979년 2차 석유파동에 따른 원유와 주요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1980년에는 28.7%까지 급등하기도 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3% 안팎의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013년과 2014년에는 2년 연속으로 1.3%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안정목표(3±0.5%)보다 상당히 낮은 것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평균 상승률은 2.9%다.
올들어 10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이지만 사실상 0%에 가깝다. 정부가 연초부터 1갑당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올린 담뱃값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58% 포인트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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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담배 가격을 올리지 않았으면 물가상승률이 0.0%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물가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블룸버그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집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1∼10월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03%에 그쳤다. 같은 기간에 유로존은 -0.02%로 2년 연속 마이너스였다. 일본의 1∼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97%였으며 싱가포르는 올해 10개월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것은 경기 흐름이 안 좋다는 신호인데, 한국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대와 달리 세계경제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 미만의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사실상 디플레이션 위험 단계라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상승률이 낮은데다 경제 성장 둔화까지 겹쳐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7일 한국 경제의 단기적 리스크로 글로벌 여건에 따른 성장세의 하방 압력을 꼽으며 "일각에서는 저유가로 인한 디플레이션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은 일본이나 유로존 등과 달리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엽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한국은 저유가에 따른 저물가는 맞지만 디플레이션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유가 등을 뺀 근원물가는 1%대"라고 말했다.
한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내년에는 오를 것이라는 것이 한국은행 등의 전망이다. 하지만 경기가 눈에 띄게 회복돼서가 아니라 유가하락 효과가 사라지는 데 따른 것인 만큼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유가하락 효과 감소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1%를 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박정우 연구원은 "올해 집값 상승과 담뱃값 인상으로 물가가 올랐는데 내년에는 이런 효과가 다 사라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유가가 반등하지 않고 저유가가 계속되면 1%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