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동양그룹이 결국 해체 수 순을 밟게 됐다.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등 3개 계열사들은 30일 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으로써 일단 부도 위기는 넘기게 됐다.
그러나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순환 출자 구조로 돼 있는 핵심 계열사들에 지분 매각 등 자산 처분 명령 등을 내릴 가능성이 커 그룹은 해체하고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는 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레저 법정관리行
동양그룹이 이날 동양 등 3개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 결정을 내린 것은 부도를 막기 위한 막다른 선택으로 보인다.
이날 만기가 돌아온 1천100억원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막아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동양은 추가로 5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최근 추가 회사채 발행 계획이 금융감독원의 제동으로 불발됐고 그룹 유동성 위기가 확산하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동양매직 등 자산 매각이 여의치 않아 자금 확보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돌아오는 회사채와 CP까지 포함하면 그 규 모는 1조1천억원을 넘는다. 동양파워 등 핵심 계열사를 팔아도 막아내기 버거운 상황이다.
동양그룹의 한 관계자는 "자산과 계열사 매각 등 가능한 자금조달 청구를 모두 열어놓고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나 위기설이 부풀려지면서 매각 대상 자산이 제값을 받기가 어려워졌고 도저히 자체 회생이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동양그룹은 주말 내내 마라톤 회의를 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주회사 격인 동양은 6월 말 현재 부채비율이 650.6%, 차입금의존도 73.9%로 각각 나타나 재무안정성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총차입금 1조1천970억원 중 대부분이 단기성 차입금으로 구성돼 상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격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작년 말 기준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올해 7월 말 현재 관계사 차입금을 뺀 일반차입금은 각각 4천115억원, 3천2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반차입금 대부분이 단기성 기업어음(CP )으로 구성돼 유동성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동양 등 3개사는 법정관리 신청으로 채권채무가 동결돼 부도를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이종석 수석부장판사)는 이들 3개사에 대해 재산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다음 달 2일 오전 10시 이들 회사 대표이사들을 불러 대표자 심문을 하고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검토해 채권조사와 기업가치 평가, 회생계획안 제출, 회생계획안 결의•인가 등 후속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계획이다.
그룹은 또 핵심사업을 확보한 동양시멘트에 대해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다. 그룹 오너 일가가 최근 주요 자산을 넘기고 3세가 포진해 있는 정보기술(IT) 동양네트웍스에 대해서도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신청 여부를 고민 중이다.
◇ 그룹 해체 수순•현 회장 지배력 상실 불가피…동양시멘트가 관건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동양 등 3개 계열사는 이날 모든 채권채무 행사가 동결돼 부도위기를 피했다.
그러나 법원의 법정관리가 진행되면서 동양그룹은 결과적으로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진행하면서 채무 변제를 위해 각 주요 계열사에 보유 지분 등 자산 매각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현 회장 등 오너 일가는 보유한 계열사 지분도 감자(자본감소)와 출자전환으로 보유 지분율이 낮아져 그룹 지배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양은 그룹을 유지하는 핵심 지주회사이며 지분구조상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중간 지주회사 격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동양그룹의 지배구조는 현재현 회장→ ㈜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시멘트→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 현재현 회장→동양레저→동양증권 등 순으로 지분을 보유한 형태로 돼있다.
현 회장은 ㈜동양과 동양레저 지분을 각각 4.45%, 30% 보유하고 있다. 동양레저는 ㈜동양 지분(보통주 기준) 36.25%, 동양증권 지분 14.8%, 동양파워의 지분 24.99 %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증권 19%와 동양시멘트 1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3실장은 "법원 판단에 따라 주요 자산인 보유 자산을 팔아 채무 갚아야 한다"며 "보유 계열사 지분 등 모든 자산을 팔고 감자나 출자전환 등을 진행하므로 그룹의 실체는 상당 부분 소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은 상당수 계열사들이 매각이나 청산 절차를 밟고 일부 계열사만 남을 전망 이다.
㈜동양과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등 계열사들은 주력 사업이랄 게 마땅치 않아 매각 가치도 크지 않다고 시장에선 보고 있다.
그룹내 일감으로 영업을 해온 동양네트웍스 역시 그룹이 해체되면 영업력이 떨어지므로 역시 매력적이지 않다. 회장 오너 일가가 자산을 넘겨 동양네트웍스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지만, 기업 유지 자체가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동양그룹이 미래 핵심 사업으로 추진키로 한 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 매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양파워의 가치는 8천억∼1조원에 이른다. 여러 대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동양그룹 위기가 불거지자 인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계열사인 동양증권은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으나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접 어들면 정상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증권업 부진 등으로 어느 정도 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정상 기업으로서 매각 등 절차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 다.
현재로선 핵심 사업을 가진 동양시멘트의 회생 여부가 관건이다.
그룹은 동양시멘트에 대해 워크아웃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산업은행 등 은행들이 여신을 보유한 동양시멘트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긍정적으로 추진할 가능성 이 크다.
현 회장 일가는 시멘트 사업을 영위한 동양시멘트를 지켜내 그룹 명맥을 유지하 려고 노력할 계획이다. 다만,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만큼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이어서 계열사 매각 과정에서 어떻게 될지 점치기 어렵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와 CP 등을 팔아 손실을 입힌 책 임을 벗어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나중에 원리금을 거의 건지기 어려워 손실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의 소송과 혼란 등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번 사태는 금융감독당국과 채권단, 오너 경영진 의 무책임에서 비롯됐다"며 현 회장은 배임, 금융감독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구조조정 회피에 대한 책임을 각각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영문 기사>
Tong Yang chief likely to lose control of group
By Kim Yon-se
Three debt-ridden units of Tong Yang Group filed for court receivership on Monday, as part of the conglomerate’s desperate moves to avert possible default from corporate bonds and commercial paper totaling more than 100 billion won ($90.9 million) that matured on the day.
The court is to manage assets of Tong Yang Inc. -- the group’s de facto holding firm -- Tong Yang Leisure and Tong Yang International and later could order the group owner to sell some corporate or private assets for management normalization.
While Tong Yang chairman Hyun Jae-hyun said he would do his best to minimize investors’ losses, market observers predict that the chief will eventually lose control of the group.
“Under the coming assessment of the court, the group is expected to redeem its debt by selling off some shares and properties owned by affiliates and major shareholders,” said an official of Nice Investors Service.
“As capital reduction, or debt-to-equity swap, will be inevitable after redeeming its debt, Tong Yang will see the current inter-affiliate shareholding structure seriously weaken or break up,” he said.
Group chairman Hyun holds a 4.45 percent and 30 percent stake in Tong Yang Inc. and Tong Yang Leisure, respectively. Tong Yang Leisure and Tong Yang International hold a 14.8 percent and 19 percent stake in financial unit Tong Yang Securities, respectively.
The shareholding structure is stoking worries over possibly heavy losses of Tong Yang Securities, whose stocks dropped 13.99 percent to close at 2,460 won per share on the day.
At a news briefing, Financial Supervisory Service Gov. Choi Soo-hyun said investors in CPs and bonds issued by Tong Yang Leisure and Tong Yang International would see losses.
The chief regulator hinted that chairman Hyun should have conducted preemptive measures like full-fledged restructuring in advance.
Choi added that financial authorities would carry out close monitoring of Tong Yang’s financial units to prevent losses to small investors.
The nation’s 38th-largest conglomerate when state-funded firms are excluded has been saddled with maturing debt, including commercial paper issued by its subsidiaries, totaling 1.1 trillion won.
Posting a historic debt-to-equity ratio of 1,533 percent as of the first half of this year, based on affiliates‘ consolidated financial statements, Tong Yang is suffering a liquidity crisis as creditors and its sister group Orion have refused to help the embattled group.
(
ky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