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 댄스(Booty Dance).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아직 중요 어학사전 어디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단어다. 남미의 춤을 기원으로 한다는 데, 엉덩이를 굉장히 요란하게 움직이는 춤으로 보인다.
(유튜브 캡쳐)
러시아가 서부 우랄강 중·상류 지역에 있는 오렌부르크의 한 청소년 춤교습소의 춤발표회 동영상을 놓고 후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춤 발표회에서 선보인 부티 댄스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오렌부르크에 있는 청소년 춤 교습소인 '크레도'(KREDO)의 단원들이 선보인 '빈니 푸흐와 벌꿀들'이란 작품이 지난 12일 인터넷에 올랐다. 이 영상은 단 하루 만에 접속 건수가 55만 건에 달할 정도로 눈길을 끌었다. 이름도 잘 모르는 단체가 올린 실적(?)으로는 굉장한 셈이다.
지난 1월 31일 부모들 앞에서 선보인 발표회 자리로, 내용은 단순하다. 청소년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짧은 치마에 짧은 스타킹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해 반쯤 앉은 자세나 선 자세로 마치 성행위를 연상시킬 정도로 요란하게 엉덩이를 흔들어 대는 것이다. 여기에 벌꿀을 상징하는 듯 오렌지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들어간, 몸에 딱 붙는 무용복 차림이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등장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청소년들이 선정성을 자극하는 춤을 춘 것에 대한 강력한 비난이고 다른 하나는 전혀 나쁠 것 없으며 게다가 춤꾼들이 18세를 넘긴 성인들이라는 반론이다. 실제 이들 춤꾼 대부분이 대학교 1년생인 18세고 일부가 고등학교 고학년인 16~17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는 16세면 우리 식의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고 시집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성인들이긴 한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이 교습소의 빅토리야 야코벤코 소장은 지난 14일자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지와 인터뷰에서 논란 자체가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우리 발표회를 놓고 소동이 벌어지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부티 댄스는 오렌부르크에서는 이미 1년도 더 된 레퍼토리이며 러시아 전역에서는 그보다 역사가 더 길다"면서 "이 춤을 두고 다들 비천하다고 비난하는데 그렇다면 그걸 보기 위해 아이들을 포함해 사람들이 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소녀들은 비욘세의 춤과 같이 새로운 경향을 보고 '나도 저러고 싶다!'고 부모들에게 이야기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황은 야코벤코 소장의 편이 아닌 것 같다. 동영상이 공개된 즉시 오렌부르크 주 당국은 사실 관계 확인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이번 점검에서는 참가자들의 성격, 나이, 학교, 해당 행사의 장소와 일시는 물론 교습소 소장에 대한 정보와 대표자 및 교습소의 법적 서류, 그리고 청소년 교육 시설 등록 여부 등이 검토될 것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여기에 오렌부르크주 청소년옴부즈맨인 파벨 아스타노프도 가세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작품의 제작과 발표에 대해 독자적인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야코벤코 소장도 한걸음 물러섰다. 그녀는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와 인터뷰에서 "이 춤은 독특한 남미 양식의 춤일뿐으로, 무대에 오른 아이들도 16~18세다. 이들의 부모도 우리가 어떤 춤을 준비해 공연할지 알고 있었다"면서도 "물론 이제 부티댄스 과목은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안이 '크레도'의 문제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전러시아교직원보호협회의 빅토르 파닌 의장이 이를 계기로 러시아 전역의 스포츠와 예술 학원들을 상대로 법규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해줄 것을 유리 차이카 검찰총장에게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더 나아가 교육과학부 장관과 스포츠부 장관, 문화부 장관에게 보충 교육기관들이 교육 과정에서 도덕적·윤리적 규범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 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민간이 참여하는 범정부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고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가 15일 보도했다.
파닌 회장은 "보충 교육기관들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별 스포츠, 춤 교습소들 중에는 아주 비천한 시설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창작 그룹들도 점검해서 (적발되면) 쫓아내 문을 닫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220여만명이 사는 오렌부르크의 청소년 춤교습소 '크레도'의 선정적 부티 댄스 공연이 일으킨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관심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