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국회에서 대부업법이 통과되면서 법정 최고금리가 34.9%에서 27.9%로 7%포인트 떨어지면서 대부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부업법이 통과된 지 한달을 맞은 3일, 대부업체들은 당장 최고금리가 7%포인트 하락한 만큼 손실을 보고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또 대부업체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부금융협회도 각종 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경영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 깐깐해진 대출심사…대부업체 절반 이상 "신규 대출 줄인다"
대부금융협회는 대부업체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대출 금리가 연 30.65%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대손충당금이 1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대출을 위한 조달금리가 7~8%, 중개수수료가 5%이며 여기에 각종 인건비와 임대료, 광고비를 합하면 금리가 30%는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대부업체들은 원가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손충당금 낮추기에 애쓰고 있다. 지금보다 더 깐깐하게 대출 심사를 해 대손율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대부업법 통과 후 대부금융협회가 27개 등록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55.5%가 신규 대출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이전에도 대출 승인율은 20% 수준에 불과했다"며 "기존에도 9~10등급은 사실상 대출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신용등급이 8등급만 되도 대출이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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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로 불법 사금융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부업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금융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금리 상한 인하에 따른 저신용자 구축 규모의 추정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상한이 44%였던 기간에는 신규 대부업 이용자의 69.2%가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였다.
그러나 금리 상한이 44%에서 39%로, 또 34.9%로 내려갈수록 저신용자 비중도 62.2%, 57.8%로 각각 낮아졌다. 금리 상한이 내려갈수록 저신용자 고객이 감소하고 중신용자 중심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보고서는 금리 인하 폭을 감안하면 기존 저신용자 고객 중 10% 정도만 대출이 연장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경우 대부업계에서도 대출을 못 받게 되는 저신용자가 35만~74만명에 이르며 이중 상당수는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것으로 봤다.
이처럼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로 불법 사금융이 활기를 칠 것을 우려해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불법 사금융 100일 특별단속에 들어간 상태다.
◇ "자금 조달 규제 풀어달라"…대부금융협회 법 개정 요구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대출의 질을 높여 비용 절감에 나선다면 대부금융협회는 제도 개선을 통해 원가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부업체들은 사업 자금을 조달할 때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사인 간 차입을 통해 마련한다. 조달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은 한국과 달리 대부업체도 은행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고 공모 사채를 발행하거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업체들은 일본처럼 한국도 대부업체들이 은행을 통해 차입하거나 각종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주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대부업의 취지는 여유 자금을 활용해 서민금융 역할을 하라는 것이지 처음부터 조달을 통해서 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며 "싼 조달을 하고 싶으면 여신업체들만큼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부업계에서는 대부업법 상 5%인 중개수수료 상한선도 4%로 낮춰주길 바라고 있다. 대출 중개수수료는 중개인을 통해 대출이 나갈 경우 중개인에게 대부업체가 지급하는 수수료다.
그러나 이 경우 대부 중개업체들은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어 반대하는 상황이다. 또 대부업체들이 중개업체들과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조율해야지 법을 통해 강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이런 조치들은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하므로 쉽지 않지만, 대부업계의 생존을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 실행위원은 "금융 규제는 금융 사고를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업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폭리를 취하다가 법정 금리가 낮아졌다고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안된다"고 비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도 "제도 변화를 요구하기 보다는 대부업체들의 자구 노력이 먼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