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법정근로기준 시간을 기준으로 3주 정도 일하고 보수로 5천만원 넘게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급여로는 47만원을 받았다. 올해 최저임금인 6천30원의 약 78배, 작년 최저임금인 5천580원의 8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3일 각 금융지주의 2015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종합하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농협금융 등 4대 지주사의 사외이사 29명은 작년 1년간 136.3시간을 투입해 5천253만원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시간당 47만2천원 꼴이다.
법정근로시간을 꼬박 지켜 하루 8시간 일하는 일반 직장인을 기준으로 따지면 사외이사들은 3주 남짓한 기간 매일 출근해 5천500만원 가까운 거액을 챙긴 셈이다.
연소득 5천500만원은 정부가 잡고 있는 누진세 부담 증가의 기준선으로, 중산층을 분류하는 여러 기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간당 금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KB금융 이사들이 가장 후한 대접을 받았다.
최영휘 이사를 비롯한 KB금융 사외 이사 7명은 연간 평균 61.3시간을 투자해 5천342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시간당 88만6천원을 받은 셈이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20대 비정규직의 한 달 월급과 비슷한 금액이다.
총액으로는 최영휘 이사가 6천만원을 받아 가장 많이 받았다. 이병남 이사는 시간당 105만원을 챙겼다.
지난해 3월 임명된 KB금융 이사 6명은 지난달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모두 연임됐다.
나머지 1명인 최운열 서강대 명예교수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치돼 연임 의사를 철회했다.
KB금융은 지난 2월 제5차 임시 이사회를 통해 사외이사 자격요건 가운데 매년 사외이사들에 대한 내·외부 평가를 시행해 평가 점수가 낮은 하위 2명은 연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삭제한 바 있다.
신한금융 사외이사 10명도 KB금융 이사들과 비슷한 평균 5천24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안건 검토 및 회의 참여를 위해 연간 169.4시간을 투자했다. 시간당 32만2천원 정도를 받았다.
하나금융 사외이사 8명은 155.8시간을 일하고 4천981만원을 수령했다. 시간당 급여는 32만원 수준이다.
농협금융 사외이사 4명은 158.5시간을 일하고 5천450만원을 챙겼다. 시간당 34만9천원 정도를 받아간 셈이다.
4대 금융지주 전체 사외 이사 중에서는 남궁훈 신한금융 이사가 6천800만원을 받아 '연봉킹'에 올랐다.
투입 시간 대비 보수를 가장 많이 받은 '경제적 이사'는 LG인화원 원장인 이병남 KB금융 이사다.
지주사는 아니지만 KB국민ㆍ신한ㆍKEB하나ㆍ농협과 함께 5대 대형은행으로 손꼽히는 우리은행은 작년 9명의 사외이사가 3억3천800만원을 받았다. 한 차례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개인당 310만원을 받은 셈이다.
금융권 사외이사들이 이렇게 '돈잔치'를 벌이던 작년, 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권은 순이자마진(NIM)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국내은행의 2015년 중 영업실적(잠정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014년(6조원) 대비 2조5천억원 줄어든 3조5천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국내 보험회사가 남긴 순이익(6조3천억원)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보험, 카드, 증권을 아우르는 금융권 대표주자인 은행권으로서는 자존심이 떨어질 만한 실적이다.
업황이 좋지 않자, 비용 감소를 위해 특별퇴직이라는 '강수'까지 뒀다.
KB금융의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5년 만에 특별퇴직에 나서서 1천21명을, 하나금융 계열사인 KEB하나은행도 4년여 만에 특별퇴직을 시행해 690명을 내보냈다.
은행권은 올해도 대졸자 초임삭감, 호봉제 폐지 및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