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급결제에만 주력하던 핀테크 시장이 금융소프트웨어나 데이터 분석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5일 발표한 '핀테크(fintech)의 부상과 금융업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 규모는 2008년 9억3천만 달러에서 2013년 29억7천만 달러로 늘어났다. 연평균 26.1%씩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금융 스타트업 업체 수도 2014년 1월 2개에서 2016년 2월 16개로 크게 늘었다.
핀테크가 성장하면서 지급결제에 한정돼 있던 핀테크 영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2008년에는 지급결제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이 70%로 가장 높았지만 2013년에는 28%로 줄었다.
반면 금융 소프트웨어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은 2008년 10%에서 2013년 29%로 증가했다. 금융데이터 분석 부문의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29%로 늘었다. 플랫폼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은 5%에서 14%로 빠르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기존 은행이 웹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에 대응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이미 존재한다"며 "핀테크가 금융 서비스를 기능별로 분해하고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해 기존 금융회사의 업무 영역을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핀테크의 부상으로 금융업의 규제 장벽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금융업은 규제 산업으로 자격요건을 갖춘 일부 금융회사에만 허용된 산업이다. 또 금융회사는 기존에 구축한 망(네트워크)을 통해 자연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보고서는 IT 기술의 발달로 핀테크가 성장하면서 기존에 금융회사들의 진입장벽을 허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업의 성격이 변하고 금융업과 비금융업의 경계, 금융거래의 국가 간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금융업에 대한 규제의 관점도 변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모바일 환경과 기술력에서는 핀테크 산업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지만, 금융산업의 규제로 핀테크 산업의 발전은 지체됐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핀테크 산업을 지원한다고 나서고 민간 영역에서도 새로운 사업자들이 등장하면서 국내 핀테크 산업은 초기 성장기에 진입한 상태다.
이렇게 핀테크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금융회사의 영역을 침해하자 금융회사들도 적극적으로 핀테크 영역에 진출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핀테크 산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금융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혁신적인 IT 기업들과 기존의 금융기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금융 서비스 규제를 둘러싼 논의와 협력을 주도하고, 핀테크의 활성화의 핵심인 보안 강화를 위해 기술적,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업계는 일시적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시장성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하고, 모든 소비자가 연령과 소득과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비현금 지급수단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