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택시 차량으로 사용되는 현대 자동차 소나타 기종이 사고에 연속 연루되며 급발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베독 노쓰 스트릿 2 (Bedok North Street 2) 야외주차장에서 택시회사 컴포트사 소속의 소나타 택시가 후진 주차 중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폐지를 줍던 A씨 (여, 78)를 치어 숨지게 했다.
연달아 이달 4일, 씨티캡사 소나타 택시가 싱가포르 레드힐 (Redhill) 주차장에서 갑작스런 후진으로 주차 되어 있던 차를 들이받고 도주했다.
문제를 일으킨 택시 기사는 곧 해고되었지만, 해당 사고 영상이 SNS를 통해 번지며 급발진 추측성 글이 난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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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힐 주차장에서 문제를 일으킨 택시 (하단 페이스북 영상 링크) |
https://www.facebook.com/evon.lim.927/videos/1181953048483125/ 싱가포르의 온라인 IT테크 커뮤니티 “하드웨어존 포럼”에서는 “택시의 상태가 이상해 보인다”는 사람들이 속출하며, 현대 소나타 급발진 의혹이 2012년부터 한국에서 제기되어 왔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되었다.
문제가 된 컴포트사와 씨티캡사는 모두 컴포트델그로 (ComfortDelGro) 그룹 밑에 있다.
싱가포르 외신 “마더십”은 레드힐 주차장 사고가 인적 잘못보다 차량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 컴포트델그로가 불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세차장에서 사람을 치어 숨지게 송모(48)씨가 급발진을 주장하며 8일 무죄 선고를 받았다.
송 씨의 급발진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으나 무시될 수도 없다는 판결이다.
송 씨는 지난 2월 서울 서초구의 한 주유소 세차장에서 기아 쏘렌토를 주행하며 나오던 중 진행방향을 따라 갑자기 돌진해 다른 차를 손 세차 중이던 김모(43)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환승 부장판사는 이 사고가 “차량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일어난 불가항력적인 사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제출된 증거만으로 A 씨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가 10년 이상 별다른 사고 경력 없이 운전해왔고 사고 당시 가속페달을 최대로 밟아 급가속시킬 만한 특별한 이유나 사람을 칠 위험을 알고도 그대로 차량을 돌진시킬 만한 정신적·신체적 장애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 감정 결과 “해당 차량에서 급발진 현상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국과수 감정도 현재까지 이른바 ‘급발진 현상’이라는 것의 실체와 그 원인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아 급발진 여부를 직접 증명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고, 차량이 뭔가 이상을 일으켰지만, 사후에 흔적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부정되지 않으므로 감정 결과는 본질적인 한계를 지녔다”고 지적했다.
각종 차량의 급발진 원인은 이제껏 한 번도 명료하게 규명된 적이 없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 한국소비자원 등이 여러 차례 나섰지만 사고 차량의 기계적 결함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은 불명확성 탓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가 이긴 판례는 없다. 다만, 송 씨와 같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정이 나거나, 블랙박스와 같은 구체적 증거로 급발진이 인정된 경우에 합의로 끝나거나 하급심에서 조정이 이뤄진 경우가 있다.
임정요 기자 (
kaylal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