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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귀농> '제2의 인생' 찾아…고학력·전문직 늘어

분주한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인생 2막을 열어가는 사람들이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통계청 집계만 봐도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 추이는 뚜렷하다. 

(Yonhap)
(Yonhap)

2014년 귀농·귀촌 규모는 4만4천586가구, 8만855명으로 2013년(3만2천424가구, 5만6천267명)에 비해 가구 수로는 37.5%, 인구는 43.7% 각각 늘었다. 아직 공식 통계치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5만 가구, 1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를 5년 전인 2010년(4천67가구)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한국귀농귀촌진흥원에 따르면 2034년에는 귀농·귀촌 인구가 3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때 특별한 사연을 가진 소수가 선택했던 귀농·귀촌이 이제는 인구 사회적 변화, 수명 연장, 농업과 농촌의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 기술 발전 등에 따라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귀농·귀촌 주축 연령대·이유·직업군 달라져

귀농·귀촌을 택하는 사람들이 젊어지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50대가 주를 이뤘던 귀농·귀촌 인구가 지금은 40대 이하 연령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2014년의 경우 40대 이하 귀농·귀촌 가구의 증가율은 43%로 전체 연령대 평균 증가율 37.5%를 앞질렀다.

고학력에 전문직 출신 귀농 인구가 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Yonhap)
(Yonhap)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귀농·귀촌을 택한 814명을 1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59.7%가 제조업, 건설, 교육, 출판방송, 금융, 공공행정 등의 분야에서 석사 학위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거나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고, 해당 분야 평균 종사 기간도 20년에 달했다.

귀농·귀촌을 결심하는 배경과 이유도 달라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는 IMF 외환위기로 인한 실직과 사업 실패 등이 농촌행의 주된 이유였다면 이제는 번잡한 도시생활을 피해 여유 있는 생태 친화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경우가 더 많아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0~11월 도시민 1천500명과 농업인 1천64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8.2%는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를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이유로 꼽았고, 16.2%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생계수단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라는 응답은 7.4%에 그쳤다.

◇스마트팜 도입·지자체 지원이 장벽 낮춰

스마트 팜 시스템을 갖춘 충난 부여의 한 딸기농장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한 배경 중 하나로 스마트팜 도입으로 더는 농사일을 하면서 비지땀을 흘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술적 조건이 성숙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12월 대통령 주제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 조절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이 확산하면서 스마트팜 도입 농가의 평균 생산량과 소득이 각각 25.2%, 30.6% 증가했고, 인건비는 9.5% 감소했다.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6차 산업화도 성과를 내면서 6차 산업 창업자 수는 2013년 360명, 2014년 392명, 2015년 472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평균 매출액도 2014년 8억3천100만 원에서 지난해 9억3천100만 원으로 늘었다.

6차 산업은 1차 산업(농수축산업), 2차 산업(제조업), 3차 산업(서비스·문화·관광)을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귀농·귀촌을 택한 이들도 스마트팜 도입과 6차 산업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귀농·귀촌 인구의 92.3%가 6차 산업화 활동에 참여 중이거나 참여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랙터, 굴착기 등 농기계를 대여해주거나 농사일을 대신해주는 농기계 임대은행 사업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농협은 올해 농작업 대행 면적 목표를 지난해보다 6.9% 증가한 108만 ha로 잡고 있는데, 이는 전체 벼 재배 면적의 34%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농축산식품부 등 중앙부처 및 기관과 손잡고 적극적으로 지원과 유치 활동에 나선 것도 귀농·귀촌의 장벽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농가주택 수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자체의 지원은 주로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임대와 리모델링 지원 등에 맞춰져 있는데, 전북 순창군은 버려진 농가주택을 개조해 월 10만원에 임대하는 대책을 시행 중이고, 전북 익산시도 농가주택을 리모델링한 뒤 반값에 임대하고 있다.

1년 정도 임대주택에 거주한 뒤 완전 정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서 주거비로 인한 부담은 크게 줄었다.

농가주택 개보수 사업을 하는 박정현(50)씨는 "지자체와 손을 잡고 농가주택을 개조한 뒤 부담 없는 임대료로 살 집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많고, 리모델링한 농가주택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아서 주거 고민으로 인한 귀농·귀촌의 장벽은 과거보다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Yonhap)
(Yonhap)

◇귀농·귀촌인의 열정과 전문성 활용해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요즘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높은 학력과 전문성을 살려 농촌의 역할을 발전시키는 데 큰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다. 농산물의 가공과 유통, 스마트팜도입에 흥미를 갖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단순히 농사를 짓는 대신 책방, 찻집을 차리거나 도시에서 가졌던 경력을 살려 농촌 어린이를 위한 교육 등 사회공헌 활동에 종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농임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70%를 넘는 것이 현실이고,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체계가 부족하고, 6차 산업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시설 및 운영 자금의 조달, 기술인력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귀농·귀촌 인구의 높은 학력과 전문성, 교육 참여율 등을 볼 때 농업후계 인력으로서의 잠재력이 크고, 농촌을 활성화할 혁신인력으로서의 잠재력도 크다"며 "이들의 재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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