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그동안의 공격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한층 '겸손해진' 발언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트럼프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공격적인 태도를 고수할 것이며 이로 인해 대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미 CNN과 AP통신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내가 하는 방식을 끝까지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결국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에서) 일을 하거나 매우 매우 멋진 긴 휴가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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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
트럼프의 답변은 경합주에서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에게 밀리는 등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를 어떻게 좁혀나갈지를 묻는 데 따른 것이었다.
트럼프는 "나는 영리하고 좋은 생각을 가졌지만 정치적 정당성이 다소 모자라 90일 후에 (대통령이 되는 데) 미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며 "(패배하면) 좋은 일상으로 되돌아 가겠지만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고 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복음주의 목사들 앞에서 가진 연설에서도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지역인 유타 주에서의 부진을 언급하며 "우리는 정말 잘못된 이야기를 해 왔다"고 말했다. 유타 주에선 주지사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지만 많은 모르몬교 신자들이 트럼프에게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는 또 목사들에게 "문제에 부딪혔다"며 선거 패배로 대법원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대통령이 9명의 대법관 가운데 5명까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인사로 채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막말을 거침없이 해가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인 이전 태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AP통신은 "대선이 석 달도 남지 않는 시점에서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자신감을 드러내지 않은 태도를 보인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달 초만 해도 미국 대선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조작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터져 나온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이메일 폭로' 파문을 염두에 둔 주장이었다. 해킹을 통해 폭로된 이메일에는 경선 기간 DNC 지도부가 경선에 나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선거운동을 훼방하는 내용이 담겨 파문이 일었다.
트럼프 발언이 대선 패배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공화당 측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공화당 전략가인 마이크 듀헤임은 트럼프에게서 새로 발견된 자기 인식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약성을 보여주고 약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은 트럼프의 인간미를 부각하고 호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최근 무슬림 비하와 클린턴 생명위협 교사 등의 논란 이후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 '반(反) 트럼프' 행렬이 이어졌고 공화당 '텃밭' 주에서마저 클린턴에게 밀리며 고전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