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포의 5살 꼬마 옴란 다크니시는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처럼 세상을 움직일까.
시리아 내전 격전지인 알레포를 겨냥한 공습으로 무너진 집에서 가까스로 구조돼 살아남은 옴란의 강렬한 영상과 사진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1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유엔의 요청을 받아들여 알레포에서 48시간 휴전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서방에서 일부 그 진의를 의심하고 있기는 하지만, AP통신 등 주요 언론은 옴란의 모습이 지구촌을 뒤흔든 시점에 이 발표가 나온 점을 주목했다.
옴란은 연일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이 쏟아지는 알레포 카테르지 마을의 무너진 주택 틈에서 17일 구조됐다. 옴란이 가까스로 구조되고 나서 1시간 뒤에 이 주택은 완전히 붕괴됐다.
알레포미디어센터(AMC)가 공개한 영상에서 맨발의 옴란은 온몸에 잔해를 뒤집어 쓴 모습으로 구조대원의 품에 안겨 구급차 안으로 옮겨진다. 구급차 안의 주황색 의자에 앉으면서 드러난 아이의 왼쪽 얼굴에는 피가 잔뜩 엉겨 있다.
5년 넘도록 해결되지 못하고 수많은 사상자를 양산한 시리아 내전의 참혹한 모습을 상징하는 듯한 옴란의 모습을 세계 유력 매체들이 크게 보도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주요 인사들과 네티즌들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AMC가 17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은 24시간 만에 35만뷰를 기록한 데 이어 한국시간으로 19일 오전 9시 현재 175만뷰를 넘어섰다. SNS에도 수만 차례 공유됐다.
우연인지, 의도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러시아 국방부는 18일 성명을 통해 "구호물자 차량이 알레포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유엔의 계획안을 지지한다"며 "러시아는 다음 주 개시될 구호물자 수송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가 그동안 민간인 구호를 위한 48시간 휴전을 계속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항의의 표시로 인도주의 태스크포스(TF) 논의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말한 직후 나온 발표다.
러시아의 입장 전환에 미스투라 특사는 반색하면서 구호물자 전달 준비에 당장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서방 외교관들은 실제로 러시아가 휴전을 성실히 이행할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면서 유엔이 구호작업 과정을 총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스투라 특사는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 역시 휴전에 동참하도록 보장해야 하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반군들이 무력 사용을 중지하도록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부터 반군에 장악된 알레포에서는 시리아 정부군과 이를 지원하는 러시아군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으며 반군이 정부군의 포위망을 뚫으려 반격에 나서면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져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주 동안에만 알레포에서 민간인 233명이사망했다.
이번에 옴란이 다친 폭격으로 숨진 사람은 어린이 5명을 포함한 8명이라고 옴란이 이송된 병원 'M10'의 한 의사는 전했다.
반군 지역 병원들은 정부군의 표적 공습에 노출되고 의료진은 정부 장악지역에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한 보복 가능성이 있어 병원 위치와 의료진 이름은 공개되지 않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