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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23㎞ 역주행 만취女 "국도로 착각해 유턴"

18일 오전 4시 9분께. 차량 운행이 적은 야심한 시간대라 한가롭고 조용했던 충북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상황실에 갑자기 전화벨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전화는 1분 간격으로 총 9건 이어졌다. 모두 충북 음성군 대소면 중부고속도로 대전방향으로 달리던 운전자들의 신고였다.

신고자들은 하나같이 "흰색 차량이 역주행하면서 무섭게 달리고 있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18일 오전 경기 안성시 중부고속도로 하행선 일죽IC 인근에서 음주 차량이 동서울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18일 오전 경기 안성시 중부고속도로 하행선 일죽IC 인근에서 음주 차량이 동서울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한 신고자는 "고속도로에서 거꾸로 달리는 차를 피하려다 사고가 나 죽을 뻔 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은 중부고속도로 하행선 음성휴게소 인근에서 서울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산타페 SUV를 확인했다.

제 방향으로 달리던 차량이 역주행하는 차를 피하려고 부리나케 2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산타페 차량은 편도 2차로 고속도로 중 1차로로 남이천 IC 인근까지 약 23㎞를 주행했다.

호법분기점에서 대기하던 경찰은 순찰차를 중부고속도로 하행선 정방향으로 운행하면서 역주행 차량을 수색했다.

18일 오전 술에 취한 30대 여성이 고속도로에서 23㎞를 역주행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음주 차량을 검거하는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 캡쳐.
18일 오전 술에 취한 30대 여성이 고속도로에서 23㎞를 역주행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음주 차량을 검거하는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 캡쳐.


첫 신고를 받은 후 약 20분이 지난 이날 오전 4시 30분께 중부고속도로 통영 방향 312㎞ 지점에서 경찰은 역주행 차량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경찰은 상향등을 켜고 경광봉을 흔들어 역방향으로 마주 오던 차를 멈춰 세웠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사고는 없었다.

산타페에서 내린 운전자 김모(35·여)씨의 몸에서는 술 냄새가 진동했다.

경찰은 세 차례 음주측정을 시도했지만, 김씨는 이를 모두 거부했다.

경기 포천시에 사는 김씨는 전날 충북 음성군 식당에 일자리를 구하려고 내려왔다.

이튿날 새벽까지 일한 김씨는 오전 3시 30분께 퇴근하고 막걸리 1병을 마신 후 경기 광주의 친언니 집으로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고 했다.

음성군 일대 지리에 어두웠던 그는 북진천 나들목에서 평택제천고속도로 진입, 중부고속도로와 만나는 대소분기점에서 상행선을 타야 했지만, 대전방향으로 진입했다.

목적지와 반대 방향인 것을 깨달은 김씨는 편도 2차로 고속도로를 국도로 착각하고 그대로 유턴한 뒤 반대로 주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경기도 광주로 가려고 내비게이션 지시에 따라 유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고속도로를 역방향으로 달리고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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