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 '프록시마 센타우리'에서 지구를 닮은 행성이 발견됐다. 표면에 물이 있을 수도 있는 조건이어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주목된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의 길렘 앙글라다-에스쿠데 교수를 비롯한 세계 천문학자들은 24일(현지시간)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중 태양과 최단거리에 있는 외계행성 '프록시마 b'를 관측했다고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다.
16년간의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한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 주위를 도는 프록시마 b는 태양으로부터 4.24광년(약 40조1천104㎞) 떨어져 있다.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26만6천 배로,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 닮은 외계행성 가운데 가장 가깝다.
천문학계는 그동안 3천 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발견했지만, 대부분이 수백 광년 떨어져 있어 거의 탐구를 할 수 없었다. 앞서 지난 5월 발견된 왜성 '트라피스트-1'의 행성 3곳도 지구에서 39광년 떨어져 있었다.
앙글라다-에스쿠데 교수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가까운 지구형 행성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견될 외계행성 가운데에도 가장 가까울 것"이라며 "프록시마 센타우리보다 태양계에 가까운 항성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위 행성인 프록시마 b의 크기는 지구의 1.3배로, 프록시마 센타우리 주변을 11.2일에 한 바퀴씩 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가장 가깝게 회전하는 행성으로, 항성과의 거리가 지구와 태양의 거리의 5%에 불과하다.
그러나 프록시마 센타우리가 태양보다 훨씬 온도가 낮고 빛도 1천 배가량 약하기 때문에 항성에 바짝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록시마 b는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정도의 온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체 생존에 필수적인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다면 생명체 존재 가능성도 상정해볼 수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프록시마 b에 대기 역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표면 온도가 섭씨 30∼40도 정도이고, 대기가 없으면 영하 30∼40도일 것으로 짐작했다.
또 항성과의 가까운 거리 탓에 자외선이나 X선 등도 지구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이들 방사선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이번 관측은 올해 초 시작된 이른바 '창백한 붉은 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ESO 연구진은 칠레의 라 시야에 있는 유럽남부천문대(ESO)의 지름 3.6m 특수 반사 망원경을 활용해 자료를 수집했다.
프록시마 b의 발견으로 외계행성 탐사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앙글라다-에스쿠데 교수는 "일생 최대의 발견"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고,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 대학의 천문학자 율리엔 모랭은 "아마도 프록시마 b가 인간이 탐험할 첫 번째 외계행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현재 기술로는 지구에서 프록시마 b까지 도달하는 데 수천 년이 걸린다.
그러나 올해 러시아 부호 유리 밀너가 광속 5분의 1 수준의 초소형 우주선을 개발하는 데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밝히는 등 우주여행 시간 단축을 위한 연구가 가속화하고 있다.
앙글라다-에스쿠데 교수는 "물론 지금으로서는 프록시마 b에 도달하는 것이 공상과학이지만 언젠가 직접 탐사한다는 상상이 이제 더이상 학술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