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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이런 지진은 처음, 정말 강했다"...대규모 인명피해 참상

"오늘 새벽 지진에 대한 공포로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면, 오늘 밤은 친구를 잃은 슬픔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빼어난 풍광과 독자적인 음식 문화를 자랑하는 아펜니노 산맥에 자리한 이탈리아 중부 산악지방이 깊은 슬픔에 빠졌다.

24일(현지시간) 강진이 발생한 이탈리아 중부 산악마을 아마트리체에서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에서 수습한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24일(현지시간) 강진이 발생한 이탈리아 중부 산악마을 아마트리체에서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에서 수습한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잠든 24일 새벽(현지시간) 진도 6.2의 강진이 아마트리체, 아쿠몰리, 페스카라 델 트론토 등 라치오, 움브리아, 레마르케 주에 걸쳐 있는 산골 마을을 강타하며 현재까지 사망자가 159명, 부상자가 약 380명에 달할 만큼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내자 이곳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닥친 참상에 몸서리를 쳤다.

아마트리체에서 약 30㎞ 떨어진 리에티의 호텔 콰트로 스타지오네 직원 마르코는 "아마트리체에 사는 친구 2명이 이번 지진으로 숨졌다"며 "어제는 지진에 대한 두려움으로 한 잠도 못잤다면 오늘은 친구를 잃은 슬픔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30대 초반의 그는 "내 평생 이런 지진은 처음"이라며 "7년 전 인근 라퀼라에서 지진이 났을 때에는 성당의 종탑이 흔들리는 것은 봤지만 직접적으로 진동은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지진은 정말 강했다"고 말했다.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아마트리체 거리에는 이날 묵직한 잔해 더미에 깔려 신음하고 있을 가족과 친구를 찾기 위한 사람들이 8월의 땡볕 속에 구조대의 작업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들은 각국에서 몰려온 취재진과 구조대, 자원봉사자 사이에 섞여 있었으나 누가 한 마디만 걸면 곧 눈물을 쏟을 듯한 표정에서 한눈에 실종자 가족임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20대 청년 조르지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곳에 사시는 데 전화 연결이 안된다"며 "무너진 잔해 더미에 깔려 있을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다른 데로 피신을 했을 수도 있는데 연락이 안되니 너무나 답답하다"며 가슴을 쳤다.

실종자 가족들은 잔해를 헤치는 중장비의 굉음과 바스러진 시멘트 가루, 돌가루 등으로 인해 하루 종일 뿌옇게 날리는 먼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조 현장을 떠나지 않았고, 구조대가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구해낼 때마다 숨을 죽이며 자신이 가족이 아닌지 살폈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맨손으로 두껍게 쌓인 잔해 더미를 헤집다 절망 속에 머리를 움켜쥐기도 했다.

13세기에 지어졌다는 아마트리체 시내의 종탑은 기적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종탑의 시계는 지진이 발생한 새벽 3시 36분이 조금 지난 3시 37분 쯤을 가리키며 멈춰선 모습으로 이번 지진의 파괴적인 순간을 웅변하는 듯 했다.

한편, 이번 지진은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휴가철과 맞물려 유독 어린이들의 희생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트리체 인근에 있는 인구 700명인 아쿠몰리의 거주 인구는 여름이면 2천명까지 불어난다.




로마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박이태(44) 씨는 "이탈리아 친구가 아이들을 데리고 페스카라 델 트론토에 있는 아이들 외가에 갔다가 친구는 다리가 부러진 채 병원에 실려 갔고, 어린 두 아이는 아직 잔해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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