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모의 부의 정도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로 개인의 신분을 나누는 수저 계급론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부모로 부터 물려 받은 부에 따라 계급이 나뉜다는 자조적인 표현으로, 요즘 10대에서 부터 30대 사이까지 특히 자주 쓰이는 표현이기도 하다.
수저 계급론은 IT업계, 특히, 스마트폰 앱 시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들이 운영하는 스마트폰 앱들은 금수저와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자식들이다.
현재 국내에는 약 4천 5백만명의 스마트 폰 사용자가 있고, 소비자들 대부분은 이들 3사를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스마트 폰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자체 앱 들이 깔려 있다.
이동통신회사들은 손쉽게 4천 5백만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서비스들을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동통신 회사들과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이나 회사들의 앱의 경우는 흙수저 계급에 속한다.
한 스마트폰 앱 운영 회사의 관계자는 “이동 통신사들이 사용자 접근성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동 통신사들의 앱은 소위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격,”이라고 말했다.
이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가 이동통신 시장의 과점적인 위치를 이용하고 있어, 국내 앱 시장의“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가 거의 수직에 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가 마련한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고유한 기능을 구현하는데 필요하거나 운영체제의 설치, 운용에 관련된 3~4개 필수 앱을 제외하고는 소비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모두 삭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것이 이통사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 운영 회사들 중에는 상당수가 이통사의 선탑 앱과의 불공정한 경쟁에 여전히 불만을 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평균 21개의 선탭재 앱을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1,000만 다운로드를 자랑하는 모바일 지갑 앱 시럽월렛과 스마트월렛은 각각 SKT와 LGU+의 선탑재 앱들이다. 이들의 시장독식에 직격탄을 맞는 앱으로는 NHN 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를 들 수 있다. 실제 페이코의 본인인증 가입자 수는 560만에 그치는 상황.
유명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과 엠넷은 각각 SKT와 LGU+의 선탑 앱이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월 카카오로 매각 되었다.) 이들과 경쟁선상에 놓인 앱 들로는 비트나 벅스뮤직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역시 시장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일반 앱 운영회사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발만 갖다 대어도 절로 공이 굴러 들어가 득점을 하는 이통사 선탑재 앱을 상대로 공정한 경쟁은 물론 극적인 역전을 꿈꾸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최재홍 교수는 “선탑앱은 고객 스마트폰의 메모리를 잡아먹고, 원치 않는 앱의 업그레이드나 유지를 위해 데이터 소모를 유발시킨다”며 “게다가 앱의 탐색과 삭제 등 여러 과정에서 고객에게 노동 비용을 전가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피해 일부 회사들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경우도 있다.
SK텔레콤의 선탑재 앱 시럽과 경쟁하는 얍(YAP)은 현재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얍은 베트남 1위 인터넷 기업인 VNG와 손잡고 현지 버전을 내놓았으며, 올 하반기 중국 및 싱가포르의 ICT 사업자들과도 협업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코리아헤럴드/인베스터 김영원) (wone01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