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골프 대결(?)을 신청했다.
거의 동시에 지금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만큼 함께 즐길 거리를 찾아보자는 취지의 농담이다.
이날 오찬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유엔본부를 찾은 대표들을 사무총장이 의례적으로 환영하는 자리이다.
반 총장은 먼저 유엔 사무총장과 미국의 대통령이 20일 차이로 임기가 만료되는만큼 올해는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리는 뭔가 할 일을 찾을 필요가 있다"면서 골프라운딩을 제안했다.
반 총장은 사무총장 시절에도 종종 골프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핸디캡 13의 실력파 골퍼이다.
좌중이 웃음을 터트리자 반 총장은 곧바로 "하지만 내게 농구 도전은 하지 말아
달라"며 농구에서는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이어 반 총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에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에 보내준 지지에 감
사하다는 뜻을 밝혔으며, 특히 이달 초 중국과 함께 파리기후변화 협정을 공식 비준한 것을 가장 기억할만한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다른 나라의 대표에게도 지원에 고마움을 표시한 뒤 "지난 10년 동안 세계가 이룬 성과는 여러분과 같이 공유할 유산"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번이 내가 마지막으로 주최하는 오찬이지만 앞으로 개인적으로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인류가 직면한 위협에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하고 더 강한 인간애로 묶여야 한다면서 "평화와 번영, 인권을 위해" 건배를 제안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오바마 대통령은 진지한 목소리로 반 총장의 업적을 칭찬했다.
평화유지군 개혁,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등을 나열하며 "반 총장이 탁월한 리더십으로 놀랄만한 여행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리더십을 인정받아 2014년 사모아에서 반 총장이 추장이자 왕자로 추대된 일화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바마는 "8번째 유엔 사무총장을 위해 건배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오찬에는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도 참석했다.
하지만 반 총장과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앉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악수할 시간도 갖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