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10대 초반 소녀를 성노리개로 삼은 70대 남성이 법원 결정으로 풀려나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터키 매체에 따르면 터키 실리브리지방법원은 12세 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아즈미 에르귀네이(73)를 최근 석방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앞서 에르귀네이는 피해 소녀를 불법 고용해 수시로 성적 대상으로 삼은 사실이 입증돼 터키형법에 따라 16년10개월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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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방갈로르에서 열린 아동 성학대 비판 시위 |
피고에게는 터키형법 103조가 적용됐다. 이 조항은 15세 미만 아동에게 성적 행위를 하면 무조건 아동성범죄로 규정, 중형을 선고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앞서 올해 5월 터키 헌법재판소는 상대방의 동의 여부에 무관하게 15세를 기준만으로 아동성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는 7월 관보에 게재돼 확정됐다.
터키 헌재는 다만 형법 103조를 즉시 무효로 하지 않고 내년 1월까지 6개월의 시한을 주면서, 의회가 그 안에 헌재 결정을 반영해 대체 입법을 하도록 했다.
헌재가 이미 형법 103조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만약 내년 1월까지 대체 입법이 완료되지 않으면 에르귀네이가 법원을 상대로 권리침해를 주장할 우려가 있어 우선 그를 풀어주고 보호관찰 처분을 했다고 실리브리지방법원은 설명했다.
피해자 측은 에르귀네이 석방 결정에 반발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셀린 나크포을루 변호사는 "에르귀네이는 16년10개월간 수감돼야 할 아동 대상 성범죄자"라며 "그가 석방됨에 따라 우려했던 헌재 결정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터키 헌재의 결정은 당시에도 큰 비판에 직면했다.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적이지 않은 15세 미만 아동의 동의를 인정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보수적인 터키 사회에서 아동성범죄자들이 합의에 따른 성관계를 주장하며 처벌을 회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오스트리아와 스웨덴에서는 터키 헌재의 결정이 힌딜 뒤 뒤늦게 '터키가 아동 대상 성범죄를 폐지했다'로 보도돼 터키가 두 나라와 갈등을 빚었다.
나크포을루 변호사는 "의회가 왜 아직 대체 입법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의회에 조속히 아동 성범죄 형사처벌 규정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