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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합병 반대"…美하만 주주들 집단소송

삼성전자가 80억달러(9조6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세계 최대의 전장 업체 하만(Harman)의 최고경영자(CEO) 등 이사진이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이미 하만의 일부 대주주가 삼성전자 인수에 반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소액주주들까지 합병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손영권삼성전자 사장(오른쪽)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하드락 호텔에 마련된 하만 전시장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손영권삼성전자 사장(오른쪽)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하드락 호텔에 마련된 하만 전시장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13일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따르면 하만의 주주들은 지난 3일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CEO 등 이사진이 삼성전자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로버트 파인을 대표로 한 주주들은 소장에서 하만 이사진이 회사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불리한 협상 조건을 감수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양사의 협상 과정이 "근본적 결함"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주주들은 하만이 삼성전자와 협상하면서 다른 파트너를 찾지 않기로 한 '추가제안금지' 조항을 문제 삼았다.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만은 삼성전자와 독점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이를 종료할 경우 2억4천만달러를 수수료로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하만의 주요 주주인 한 미국계 헤지펀드도 지난해 12월 같은 이유로 주총서 찬반 투표 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만의 지분 2.3%를 보유한 애틀랜틱 투자운용은 "2015년 하만의 주가는 145달러를 넘겼고 향후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제시한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지난해 11월 14일 발표됐다. 엄밀히 말하면 양사 이사회 간의 합의이기 때문에 피인수기업인 하만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성사된다면 국내 기업의 해외 M&A 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양측이 합의한 주당 거래액은 112달러.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28%, 30일간의 평균 종가에 비해 37%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커넥티드 카용 전장 시장에서 기반을 마련하고 하만으로서는 삼성의 반도체, 사용자환경(UI) 등과 시너지를 기대하며 내린 결정이었다.

하만의 팔리월 CEO는 이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쇼 CES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주요 주주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대체로 삼성전자의 인수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하만 주요 주주의 공개적인 반대선언과 이어진 집단소송은 주주들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 총수가 적극적으로 나서 하만 주주들을 만나 합병의 정당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출국금지에 구속까지 염려해야 하는 처지다.

인수절차는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하만 주총에서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합병이 승인된다. 주총은 1분기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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