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살기가 어려워지자, 복권과 도박 등에서 신기루 같은 '대박'의 희망과 심리적 위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사행산업 성행은 '중독자 양산'이라는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낳는다.
21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 복권 판매량은 전년보다 9% 많은 35억5천여 게임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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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db) |
판매액(3조5천500여억원)도 사실상 사상 최대다. 액수로는 2003년 3조8천31억 원에 이어 두 번째지만, 2003년 당시에는 로또 한 게임의 가격이 지금의 두 배인 2천 원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 '강원랜드'의 매출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6년 전체 매출은 아직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3분기까지 누적 매출(4천381억 원)과 당기순이익(1천243억 원)도 2015년보다 각각 6%, 4.5% 많았다.
4분기 매출이 3천472억 원만 넘으면 연간 실적이 작년 이상인데, 한국투자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4분기 매출이 4천17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 추세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500원을 넣고 투명 상자 안 기계 팔을 조종해 수 만원대 인형을 뽑는 게임이 크게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러 인형 뽑기 기계를 두고 영업하는 '뽑기방' 수는 2015년 21곳에서 지난해 11월 500곳 이상으로 불어났다. '뽑기 열풍'에 불과 2년 사이 24배로 급증한 셈이다.
사행산업이 전반적으로 성행하는 것은 경기 불황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한 사행산업 전문가는 "임금은 늘지 않는데 물가는 올라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로또나 도박 등을 통해 비교적 적은 돈을 들여 쉽게 큰 돈을 버는 꿈을 꾸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행산업에서는 비교적 베팅에 지식이 필요하고 경주를 지켜봐야 하는 경마·경륜보다 복권이나 카지노 등 매우 단순하고 초보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종류가 더 호황인데, 이런 현상도 그만큼 불황에 '쉬운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계속 새로 합류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나쁘다고 중독성이 있는 담배, 도박 등이 갑자기 크게 줄지 않는다"면서 "불황기에는 이런 산업들이 상대적으로 실적에서 안정세를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담배의 경우 지난해 국내 시장 판매량이 763억 개비로, 2015년의 696억 개비보다 9.6% 늘었다.
물론 2015년 담배가격(담뱃세) 인상의 영향으로 수요가 위축된 바로 다음 해 통계라 비교 기준이 낮은 데 따른 '착시효과'가 어느 정도 있지만, 불황에도 이만큼 빨리 수요를 회복했다는 것은 그만큼 고달픈 생활 속에서 담배가 주는 위안을 사람들이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중독 가능성이다.
사행산업 전문가는 "이렇게 사행산업이 커지고 참여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중독자도 양산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중독자가 늘면 오히려 불황보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더 큰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