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헤럴드(인베스터=김영원 기자)] 한국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사드• 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한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삼성SDI가 중국 시안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 계획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내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거의 올 스톱 중”이라고 밝힌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안 공장의 라인 증설 계획도 현재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2020년까지 총 6억 달러(약 6910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적이 있으며, 중국 시안 공장의 배터리 생산량을 2GWh에서 4GWh로 늘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자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지원을 위한 규제 강화와,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논란으로 인해 삼성SDI는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증설 계획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는 미지수인 상태이다.
삼성SDI의 이러한 결정은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 처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온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2월 삼성SDI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세계 최대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공급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미국의 AES에너지 스토리지(AES Energy Storage)가 진행하는 전력 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삼성SDI는 약 40만 개(약 240MWh)의 리튬이온배터리를 공급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4만 가구가 4시간 동안 사용 가능 한 양이다.
인베스터 취재 결과 이 40만 개의 리튬이온배터리는 지난해부터 중국 시안 및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용으로 생산된 배터리로 그동안 중국 정부의 보조금 규제에 막혀 중국 전기차 업체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던 제품으로 밝혀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작년부터 중국에서 생산한 배터리 공급 이슈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밝히며, “최근 캘리포니아 향 ESS용 배터리 수주는 원활한 배터리 공급을 위한 과정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2015년 9월 중국 시안에 전기 차용 리튬이온배터리 공장을 준공한 이후, 배터리 생산에 박차를 가하며 중국 전기차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생산 업체의 성장을 돕기 위해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며, 삼성SDI를 비롯한 LG화학과 같은 한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의 중국 시장 진출이 막혀버린 상태이다. 반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BYD와 같은 중국 배터리 기업이 중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급성장하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중국 내 SDI 공장에 남은 재고 물품에 대해서 SDI가 AES에게 추가 공급을 타진했지만 계획이 없다고 해서 무산되었고, 현재는 유럽이나 제3국 공급을 위해 알아보는 상태라고 한다.
삼성SDI는 중국 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어려움에 더해, 작년 불량 배터리로 발생한 갤럭시 노트7 사태로 인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올해 초 2014년부터 SDI를 이끌던 조남성 대표이사가 교체되기도 했다.
삼성SDI는 현재 중국의 톈진, 시안, 우시, 쑤저우, 허베이 등에 공장을 운영 중이며, 전기차 배터리는 시안에서만 생산하고 있다.